윤 대통령 '변호인' 자처한 법무부장관
박성재 장관 "채상병 특검법, 위헌성 더 가중···재의요구 건의"
"윤 대통령에 '프레임' 덧씌우려는 정치적 목적 아닌지 의심"
입력 : 2024-07-09 13:50:55 수정 : 2024-07-09 14:05:52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9일 22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에 관해서 "한 달 만에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형태로 반복 의결된 법안"이라며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실로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종료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채상병 특검법에 관해 거부권을 의결한 데 대해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로선 위헌성이 가중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은 건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하는 것이기에 재의요구를 건의를 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채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 의결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채상병 특검법에 관해 문제를 삼은 것은 크게 여섯 가지입니다.
 
먼저 헌법상 특별검사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인데, 이번 특검법은 특별검사 임명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토록 규정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또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번 특검법은 특검에게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어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검에 의한 과도한 수사나 실시간 브리핑 등으로 인해 인권침해, 막대한 혈세 투입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수사 대상 공직자의 수사방해 금지 및 회피의무 규정은 그 요건이 불명확하고, 추후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 공세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박 장관은 특검법 의결이 거대 야당 주도로 강행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특검법은 불과 1개월 여만에 정부가 위헌 사유로 규정했던 사항들이 수정되거나 거의 보완 없이 다시 의결됐다"며 '충분한 숙의 절차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준비 기간 중 수사 가능 규정 등 위헌 소지가 과분한 규정들이 추가돼 위헌성이 가중됐다"면서 "본 법안의 추진 목적은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법무부는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을 막아 이해충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검토 과정에서 그런 사항까지 다 고려됐다"고 답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채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 의결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박 장관의 브리핑을 위해 A4 용지 9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법무부는 박 장관의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대통령 변호인'을 자처하며, 과도하게 윤 대통령을 비호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특히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부르면서까지 검찰 인사를 단행,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라인을 교체하고 힘을 뺐다는 비판을 받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법무부는 검찰 인사시즌이 아님에도 검사장급 인사와 고검검사(차·부장)급 후속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해당 인사가 있을 당시, 이슈 중심엔 김 여사가 자리했습니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검사급 검사 39명이 인사이동을 한 겁니다. 김 여사 소환 가능성을 언급한 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이튿날 이원석 총장은 '이번 인사의 사전 조율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말하고 7초 간 침묵한 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하자 패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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