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치권 외면한 비상경영 재계
입력 : 2024-07-12 14:08:27 수정 : 2024-07-12 14:08:27
"가장 일 안하는 건 국회."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주요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에서 한때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이 관계자는 "입법부인 국회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법안은 통과시키지도 않고, 옥죄기 법안으로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첨단산업 지원이 시급한데 22대 국회 초반부터 규제 법안이 쏟아지니 기업하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임이 틀림없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발 글로벌 리스크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하반기 투자 계획과 경영 환경 점검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총수들도 글로벌 인공지능(AI) 심장부인 미 실리콘밸리를 찾으며 전방위적으로 미래 사업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략 구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에 걸친 장기 출장에서 메타, 아마존, 퀄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하며 미래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북미 시장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생태계 전반을 살폈습니다. 최태원 SK회장도 "미국서 AI 말고는 할 얘기 없더라"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AI 협력 구축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동시에 기업들의 비상경영 돌입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전계열사로 확대했고, SK온은 흑자 전환 시까지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LG화학은 사업 재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롯데케미칼은 국내외 출장 인원을 전년 대비 20%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부인 국회는 기업 활동에 부담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기업 활동에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야6당이 재발의한 노란봉투법의 경우 합법 파업 범위를 넓히는 등 폐기된 법안보다 더 내용이 강화돼 심의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최소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첨단 기술 현장은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AI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일분일초가 숨 가쁜 전쟁터가 됐습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정부가 기업을 밀어주고 입법으로 뒷받침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굳히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입법부 모습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처참한 수준입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을 비롯해 AI 기본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줄 법안들은 정치권 정쟁에 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줘야 함은 글로벌 시대의 필수 요소입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자국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정책이 쏟아진다면 '잃어버린 10년'에 갇혀버릴 수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될 것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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