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미디어 비평)총선 민심 경청하겠다더니 이진숙 방통위원장인가
입력 : 2024-07-16 06:00:00 수정 : 2024-07-16 06:00:00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 
 
석 달이 지났지만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민심을 경청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심을 경청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 가능한 분이 있다면 부디 그렇게 해주길 부탁드린다. 지난 총선 때 국민들은 대파를 들고 거리로 나와 물가를 잡아달라고 했지만 치솟는 생활물가가 가라앉았다는 뉴스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원화가치는 그대로 폭락한 상태고, 다른 나라는 다 오르는 주가가 우리나라에서만 시들하다. 나라살림 적자가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감세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도 부자감세만! 
 
국민들의 소득이 늘었는가? 일자리는 좀 늘었는가? 자영업자·중소상공인들의 시름은 좀 줄어들었는가? 길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통계도 한 번 찾아보시라. 경제가 괜찮아졌다는 사람도 없고 그런 통계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았는지 모르겠다. 남북관계도 악화일로다. 내일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인구소멸, 지방소멸, 기후위기 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한 경고에도 이 정부가 이런 우울한 미래에 어떻게 대비하겠다는 비전조차 없다. 
 
이 정부가 잘 하는 게 없지는 않다. 검찰·경찰 같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국민의 입 틀어막기, 야당 정치인과 비판언론 압박하기에는 열심이다. 아파트값 띄우기, 종부세·상속세 같은 부자세금 깎아주기, 남북간 전쟁위기 고조하기, 국회 통과 법안에 거부권 행사하기에 진심이다. 
 
총선 이후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민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이진숙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한 결정이다. 야당이 이동관·김홍일 두 전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낸 것은, 이 정부의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을 그만 두라는 뜻이다. 공영방송 KBS가 이동관 방통위원장 아래서 ‘땡윤방송’ ‘관영방송’으로 전락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 방송사가 단지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의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무더기 제재도 받았다. 방통위는 법원으로부터 ‘2인 체제’ 위법성을 지적받고도 멋대로 운영해왔다. 오죽했으면 미국 국무부, 해외 인권단체·언론단체가 이런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지적했겠는가?  
 
그런데도 이 정부는 이진숙 씨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했다. 이진숙 씨가 어떤 인물인가? 이명박 정부 때에 MBC 방송장악을 내부에서 협조하고, 박근혜 정부 때에는 세월호 폄하보도를 주도하고,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니 우파니 하며 낙인찍은 언론계의 대표적 극우 인사다. ‘공영방송을 손봐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탄핵 대상이 된 전임 두 방통위원장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그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방통위원장에 내정했다. 기가 찰 일이다. 언론장악, 언론탄압을 중단하라는 민심을 전혀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심은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탄압하지 말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지 말라는 것이다. 제발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헌법이 부여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다. 민심을 경청하겠다던 대통령은 실종 상태고 여전히 국민과 싸우겠다는 대통령만 보인다.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면 국민의 삶만 힘들어진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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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