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 트럼프, 북·미 직거래…한국 고립 '불가피'
북, 트럼프 당선 맞춰 '통미봉남'…핵 개발 동결에 그칠 수도
'북, 오물 풍선→남, 대북 확성기'…일촉즉발 치닫는 한반도
입력 : 2024-07-19 17:00:00 수정 : 2024-07-19 19:06:3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집권 1기 당시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 경우 북한과 대화를 단절한 윤석열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패 경험한 트럼프 1기 '직거래'…"재시도 할 것"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를 복기해보면, 2018년 9월 김 위원장은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대통령 문재인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습니다. 
 
이후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핵협상 직거래에 나섰지만 '노딜'(무합의)로 끝났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도 2019년 8월 "한국과의 '군사 게임'과 '전쟁 연습'이 끝났을 때 제게 다시 연락을 주기 바랍니다"라며 "그때 실무급 대화의 시간과 장소를 논의할 것"이라고 다시 친서를 보냈습니다.
 
북한이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봉쇄한다)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과의 직거래를 시도한 건데요. 트럼프 집권 2기 때도 유사한 상황이 예상됩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올해 초 이 같은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총비서와 만남이 주는 홍보효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매력적"이라며 "영변(핵시설 폐기)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선택을 다시 해야 한다면 그 순간 자신에게 무엇이 이익이 될지를 따져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평양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려고 했는데, 두 번째 임기 초기에 (이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락연설 나선 트럼프 "김정은, 날 그리워하고 있을 것"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난 김정은과 아주 잘 지냈다"며 그와의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김정은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냐고 묻는데,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농담까지 던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거다"라며 "그는 날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군용 탱크가 총을 쏘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른바 트럼프식 '협상'이 예고됩니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김정은의 경우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내가 그와 대화하면 어떨까. 그와 관여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도 "그것이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락연설을 통해 기다렸다는 듯 김 위원장을 언급한 것은 1기 시절에 이루지 못한 걸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의미"라며 "1기 시절 여론의 반대와 관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저항이 완화된 상태에서 직거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윤석열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이뤄 온 워싱턴 선언이나 협의들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력한 '직거래' 방식은 핵 동결과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거래 방식인데요. 이때 핵 폐기가 아닌 핵 개발 동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직접적으로 핵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가 협사에서 소외될 경우 핵 개발 동결 가능성은 높아지고 고립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1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인데, 양측이 도발을 반복하면서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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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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