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패싱한 '김건희 수사'…명분도 실리도 잃은 검찰수사
법 앞에 성역도 특혜도 없다더니…검찰총장도 모른 '김 여사 수사'
이창수 중앙지검장, 총장 건너 뛰고 '약속대련식 수사' 논란 자초
입력 : 2024-07-22 14:59:03 수정 : 2024-07-22 14:59:03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한 장소조차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하고, 사실상 '통보'를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패싱' 논란이 또 불거진 겁니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에 따른 청탁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연루된 탓에 국민적 관심도 높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를 수사하면서 사실상 특혜를 줬고 검찰총장마저 패싱, '명분과 실리를 잃은 수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총장은 패싱 논란에 격노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진상 파악 후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명분과 실리가 실종된 검찰 탓에 검찰총장이 강조한 원칙도 결기를 잃어버렸다는 평가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국민들께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진상과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서울 모처로 비공개 소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 수사했습니다. 수사는 12시간가량 진행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는 걸 이 총장과 대검엔 보고가 되지 않은 걸로 확인되면서 패싱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끝나기 2시간 전에야 보고를 받았다는 겁니다.
 
특히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는 장소를 놓고 대검과 중앙지검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총장은 검찰청사로의 소환을 강조한 반면, 중앙지검은 제3의 장소를 고수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앙지검은 이 총장의 의견을 무시한 데다 보고도 생략한 채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는 말이 됩니다. 실제로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 사전 보고 누락에 대해서 이날 이 총장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서 "총장이 제3의 장소를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앙지검 자체 판단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중앙지검도 할 말은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지난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부터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중앙지검으로선 이 건에 관해 이 총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명품백 수수 의혹도 수사하면서 검찰총장을 건너뛴 것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 김 여사 사건에 관한 '수사지휘권 박탈'과 '보고'는 다른 만큼,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사전에 이 총장에게 보고하지 못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검찰보고사무규칙 제3조1항을 보면 사회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사무보고를 해야 합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검찰이 사실상 김 여사에 면죄부를 주고자 약속대련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조사한 건 이 총장이 '원칙을 깼다'고 할 정도로 특혜 시비를 낳기에 충분합니다. 설사 중앙지검이 성역 없이 수사한 결과 김 여사를 무혐의로 처분하더라도 '봐주기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입니다. 검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겁니다.
 
앞서 권익위도 지난달 10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느냐 여부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권익위는 김 여사 건에 대해 처리 기한을 석 달 가까이 넘겼고, 최재영 목사 등은 조사도 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반부패 총괄기관이 면죄부를 줬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총장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은 지난 5월 중앙지검장 인사 때도 패싱 논란을 겪었고, 김 여사 수사에 관해서도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이번 보고 누락에 관선해 격노했다고 알렸지만, 이 총장은 그간 김 여사의 수사에 관해 무소신으로 일관한 장본인"이라며 "중앙지검장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서 김 여사 의혹에 관해 남은 수사와 처분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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