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지시로 경영성과 협약서 수정?'…법적공방 가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공판서 한수원 직원 증인으로 출석
'경영성과 협약서' 지표수정 문제로 검찰-백 전 장관 측 팽팽
입력 : 2024-09-03 18:13:50 수정 : 2024-09-03 18:18:50
[대전=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경제성 조작 혐의를 다루는 재판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시장의 '경영성과 협약서'를 수정하는 문제를 한수원 측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측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습니다. 
 
한수원 측은 '산업부 장관 지시로 한수원 업무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한편, 백 전 장관 측은 '통상 경영성과 협약을 체결할 때 공공기관 특성상 정부 정책방향을 따를 의무가 있으며, 상황상 장관의 직접적 지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1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백 전 장관이 피고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오전 재판에선 지난 2018년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백 전 장관이 체결한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서 수정 항목을 두고 법적 공방을 펼쳤습니다. 해당 경영성과 협약서는 2018년 6월15일 회계법인이 실시한 경제성 평가 결과를 근거로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지 2개월 후인 2018년 8월17일에 체결된 바 있습니다. 
 
경영성과 협약서에는 공공기관장 기관별 경영목표 및 이행계획 등을 제시됩니다. 그런데 한수원 사장의 경영성과 협약서의 경우엔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로드맵'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수원 사장이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을 얼마나 감축하느냐 여부가 기관장 평가 항목에 해당하는 겁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정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직권남용 혐의 관련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당시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서 작성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입니다. A씨는 경영 평가지표 중 하나인 성과목표와 관련해 "경영성과 협약서 초안을 최종본으로 생각하고 산업부에 제출하러 갔더니 당시 서기관으로부터 장관이 추가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협약서를 수정했다'라는 식으로 증언했습니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한수원 사장의 경영성과 협약서 가운데 수정된 부분은 평가지표 중 일부 항목에 대해 경영 성과 측정방법으로 '계량'이었던 부분을 '비계량'으로 바꾼 겁니다. 또 평가지표 중 △성과목표 1 : 깨끗한 에너지 전환 △성과목표 2 : 신뢰받는 원전 운영 △성과목표 3 : 사회적 가치 선도 이외에 추가적으로 △성과목표 4 : 변화와 성장을 위한 경영전략을 넣은 것입니다.    
 
먼저 검찰 측은 A씨에게 "경영성과 초안을 산업부에 가져가서 서기관들과 협의한 사실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A씨는 "초안을 가지고 (산업부에) 설명을 드렸고, 산업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반영하라고 했다"며 "저희가 다시 한 번 수정했다. 절차상 사장 경영계획 초안을 사장님께 작성해서 보고 드리고, 산업부 기재부와 협의를 걸치게 되어 있다. (산업부)협의 과정 중 지표가 바뀌었다. 절차상에도 정권 정책을 반영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절차상 정부 정책을 반영하게 됐다는게 어떤 의미냐는 추가 질의에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있고 보훈법에도 협의하게 되어 있다. 정부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에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검찰이 "산업부와 모양은 협의인데 사실 협의라고 볼 수 있는 절차인가" 묻자, A씨는 "일단은 지침상에도 정부 정책 반영하게 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업부에 가서 설명하고 그쪽에서 원하는 지표를 말하면 반영하게 되어 있다. 협의기 때문에 산업부가 협의를 안해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형식은 협의지만 실제적으로 반영해야 하나"라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6월26일에 산업부에서 2차 협의를 했는데 경위가 기억나느냐. 리더십 성과 목표가 추가됐느냐"라는 질의엔 "산업부가 하나 더 추가하라고 했다. 지표를 하나 더 추가해 협의했다. 네번째 (목표) 항목 하나 더 붙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담당자가 뭐라고 하면서 지시했느냐"라는 물음에는 "장관 지시 사항이라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백 전 장관 측 변호사는 A씨에게 '협약을 먼저 요청한 측이 한수원 측'인 것과 '당시 수정 요구가 A에게 부당한 압박으로 느껴졌는지'에 관해 심문했습니다.
 
A씨는 첫번째 심문에 관해 한수원이 협약을 먼저 요청한 것은 맞다고 수긍했습니다. 두번째 질의엔 "지표(수정)는 마음에 안 들지만 부당하다고는 생각은 안 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서기관에게 구두로 이의를 제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기관 답변에 "(분위기가)고압적이지는 않았지만 이해는 됐다. 정부 정책이고 서기관이라서"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변호인 측이 '장관께서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들었다는 게 맞느냐'고 묻자 "담당자에게 그렇게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대전=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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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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