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수심위'에 최재영 반발…'내 죄' 청구하는 아이러니
김건희 여사 수심위 6일…최 목사는 출석통보 '감감 무소식'
최재영 수심위는 '별건'…오는 9일 '수사 계속 여부' 따진다
입력 : 2024-09-04 15:55:43 수정 : 2024-09-04 15:59:46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내 죄를 들여봐 달라"는 말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질지 주목됩니다. 최 목사는 오는 6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두고 개최되는 수심위에 출석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김 여사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지었고,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본인도 수심위에도 출석하지 못하게 되자 아예 직접 검찰에 수심위 소집을 청한 겁니다. 최 목사의 요청을 수용할지 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는 9일 열릴 예정입니다. 
 
최재영 목사가 지난달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대검찰청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4일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 목사는 6일 열릴 김 여사 명품백 수사 사건에 대한 수심위에 아직 출석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최 목사는 "(수심위에서) 얼씬도 못하고, 의견서도 못 내게 한 것"이라며 "(김 여사를 무혐의로 결론 낸) 검찰이 이제 와서 수심위를 하겠다는 건 나중에라도 특검을 갈 경우 '수심위 했지 않으냐'면서 빠져나가는 알리바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6일 수심위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것입니다. 안건은 피의자 김 여사의 기소 여부입니다. 청탁금지법 위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6개 혐의를 심의합니다. 앞서 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고 이 총장에게 보고하자 이 총장은 직권으로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를 소집한 겁니다. 
 
그런데 이날 수심위에는 중앙지검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인만 참석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심위가 열리면 사건 피의자와 관계인들을 불러 주체별로 30분 이내의 구두 변론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선물한 장본인인 최 목사는 수심위에서 배제됐습니다. 최 목사의 입장과 진술은 반영되지 않는 셈입니다.  
 
그간 최 목사 측은 검찰이 '명품백은 최 목사가 김 여사와 접견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화장품 역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단순 선물'이라고 판단 내린 것에 대해 꾸준히 '청탁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최재영)가 청탁을 위해 김 여사에게 선물을 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받은 김 여사는 무혐의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인 겁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최 목사는 대검찰청에 수심위 소집 요청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물론 제가 준 선물이 감사의 표시, 만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선물의 의미는 청탁의 의미가 섞여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의 행위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하거나 청탁이 아니라는 식의 검찰 판단은 객관적 사실관계와 상식에 반하므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통일 운동과 남북문제, 대북정책 등에 대한 자문을 위해 만나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을 요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는 9일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김 여사 사건 수심위 사흘 뒤입니다. 심의 안건은 최 목사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한 수심위 부의 여부입니다. 다만 이날 부의위원회는 관련 지침상 서면 의견서를 바탕으로 심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최 목사가 참석해 구두로 의견진술을 하는 건 허용되지 않습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보통 수심위에 들어가게 되면 한 사건의 피의자, 관계인들을 불러 각 주체별 입장을 무작위로 뽑힌 15명의 위원들이 듣는다"며 "수심위를 하게 된 취지를 알면 사건의 반대 측 이야기를 안들을 수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목사에게 출석 통보를 하지 않은 건 수심위 결론이 '무혐의'로 판단한 중앙지검의 판단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찰청 정기 주례 보고에서 이원석 총장에게 '2022년 6∼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 180만원 상당의 고급화장품 세트 등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다'는 취지로 보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유근윤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