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곳간 채우는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빚' 줄인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선박 가격 상승…현금 유입 전망
현금 여력에 이자 부담 감축 등 재무건전성 확보 집중
입력 : 2024-08-09 06:00:00 수정 : 2024-08-0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7일 16: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업황 회복에 따라 쌓인 현금을 계열사 차입금 감축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 중 순차입금이 마이너스(-)가 아닌 HD현대중공업(329180)의 차입금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이자 지급액 중 현대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차입금 규모를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업황이 회복되면서 차입금 상환 여력이 커진 상황으로, 고금리 시기에 불필요한 이자 부담을 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의 LNG선박(사진=HD현대중공업)
 
원자재 가격 인하에 상환 여력 커져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협상 결과, 후판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구체적인 가격 인하 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톤당 최소 90만원 초반부터 80만원대 후반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에서는 90만원 중반대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마다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다. 최근 한국조선해양이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들이 사용하는 중국산 후판 비중도 20%에서 25%로 증가했다.
 
동시에 선박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글로벌 선박 가격 지표인 클락슨 리서치 신조 지수에 따르면 올해 6월 지수는 187.23으로 지난해 6월(170.91)에 비해 9.5% 상승했다. 선박 교체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제반 상황이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한국조선해양이 벌어들이는 현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은 6조6155억원, 영업이익은 376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5조4536억원)과 영업이익(712억원)이 각각 21.3%, 428.7%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3조3979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기조가 이어져 올해 한국조선해양의 순 현금 증가액은 1조6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열사 차입금 감축 기조 지속 전망
 
한국조선해양은 늘어난 현금을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이자 지급액에서 현대중공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이자 지출액은 621억원으로 1년 전 461억원에 비해 34.7% 증가했는데, 이 중 현대중공업 비중이 같은 기간 448억원, 288억원으로 한국조선해양 전체 이자 지출액의 72.1%, 62.5%를 차지했다.
 
아울러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 중 유일하게 무차입 경영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차입금 감축 기조를 이어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차입금 규모가 1010억원, 4370억원으로 보유 현금성 자산(각각 1조6983억원, 4519억원)을 밑도는 등 차입 부담이 적다. 순차입금의존도는 마이너스(-)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상태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조6778억원으로 보유 현금성 자산(8596억원)을 웃돌고 있어 이자 비용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유입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추가로 이자 부담을 질 필요성은 낮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이 회복을 시작한 2020년 이래로 차입금 감축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16%로 2020년(32.9%)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현대중공업의 자산 건전성을 확보 차원에서 차입금 감축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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