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액 삭감한 '고령친화산업'…한국만 '역주행'
미·영·일·중 등 해외 주요국 고령화 추세
고령화 속도 빠른 국가들 '실버경제'↑
실버경제 상승에 반해 고령친화산업 '담보'
에이지테크 글로벌 추세…한국은 예산 삭감
입력 : 2024-08-07 18:04:39 수정 : 2024-08-07 18:04:3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글로벌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뒤처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소규모 영세업체 중심의 낙후 산업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을 주요 수요자로 한 산업에 방점을 찍고 있는 고령친화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 확대와 더불어 첨단기술인 에이지테크(AgeTech) 중심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주요국…실버경제 성장세
 
7일 산업연구원의 고령친화산업 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7% 이상)로 진입한 한국은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령인구 20% 이상)를 앞두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7.49%로 일본(29.92%), 독일(22.41%), 영국(19.17%)보다 낮았습니다. 반면 미국(17.13%), 중국(13.72%)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른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실버경제의 현황을 보면 한국·일본·독일·영국·미국·중국 등 6개국은 50세 이상 노인의 소비 지출액이 2020년 기준 해당 국가 전체 소비 지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더욱이 2020~2030년간 노인의 소비지출액 비중은 독일·영국·미국이 1~2%포인트 가량 증가하는 데 비해 한·중·일은 각각 8.6%포인트, 7.3%포인트, 5.7%포인트 상승이 예상됩니다.
 
2030년에는 한국 비중도 6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노인의 소비지출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과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일 산업연구원의 고령친화산업 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7% 이상)로 진입한 한국은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령인구 20% 이상)를 앞두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령친화산업 발전은 답보 상태
 
문제는 실버경제 상승이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고령친화 제조업은 22조3000억원, 서비스업은 50조원으로 총합 72조3000억원 규모입니다. 이는 지난 2021년 기준 고령친화 용품·의약품·의료기기·식품·화장품과 고령친화 요양·여가·주거·급식·금융을 대상으로 규모를 추정한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집계입니다.
 
고령친화산업의 전체 시장 중 의료·의약 산업 17.6%, 돌봄산업 14.9%, 생활산업은 6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시장의 3분의 2에 이르는 생활산업(48조8000억 원)은 국내 패션시장(2021년 43조5000억원)보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처럼 한국의 고령친화산업에서 공공이 개입하는 분야보다 민간 분야가 훨씬 더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고령친화산업의 개념에 입각해 산업별 시장 규모를 검토하면 한국의 고령친화산업이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친화 금융서비스업이 35조7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이 중 96%(34조3000억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의 납입금"이라며 "금융상품들은 대상 고객층이 노인층이 아닌 청·장년층이고 관련 지출도 청·장년기에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시장 규모는 복지부·보건산업진흥원의 당시 추정치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입니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실버경제 상승이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계는 에이지테크…우린 예산 삭감
 
무엇보다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의 예산은 올해 전액 삭감됐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 고령화 및 고령친화산업 관련 이슈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이 직면한 글로벌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고령친화산업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용품과 서비스를 넘어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홈 장치, 웨어러블, 디지털헬스, 이동성·안전·실종방지 등 일상생활 관련 장치 및 시스템, 사회와의 연결을 위한 커뮤니티, 여가, 금융 등 고령자의 전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에이지테크(AgeTech) 시장의 성장을 지목했습니다. 해당 에이지테크는 ICT, 로봇, 모바일 기술, AI, 앰비언트 시스템, 퍼베이시브 컴퓨팅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산하기관인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고령자의 건강과 웰빙을 위한 AI 연구 지원 등 에이지테크 관련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비부처 공공기관인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용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25개 이상 프로젝트에 2000만 파운드(350억원)를 지원한 상태입니다.
 
이동·배변·모니터링 등 돌봄 로봇의 개발·보급 촉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 사례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앞서 중국 정부도 제14차 5개년(2021~2025) 계획을 통해 고령자 사업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AI 자율주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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