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고용시장…자영업 '최악'
사업체 종사자 수 증가 폭 '0%대'
내수침체…숙박·음식점 '불경기'
상반기 근로자 실질임금도 '뒷걸음질'
정책 효과 '미지수'…'민생 포기' 비판
입력 : 2024-08-29 17:04:50 수정 : 2024-08-29 17:04:5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의 증가 폭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고용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모양새입니다. 건설업은 불경기인 데다, 높은 물가로 인해 올해 상반기 근로자들의 실질임금도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는 7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위기의 자영업을 대변하는 모습입니다. 정부도 김영란법 식사비 상향과 영세 자영업자 배달·택배비 지원 등 처방전을 내놨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따른 영향 등 소비가 지지부진한 내수 상황은 여전히 악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19일 서울 소재 상가 밀집지역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사자, 제조↓…숙박·음식·건설↓
 
29일 고용노동부의 '2024년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2013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7%(13만4000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8월 1%대로 내려앉은 후 올해 5월부터 0%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지난 6월 증가율은 39개월 만에 가장 낮은 0.6%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1677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4%(6만2000명)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198만9000명으로 2.2%(4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일정한 급여 없이 봉사료·판매실적에 따라 판매수수료만을 받는 자 등을 의미하는 기타 종사자는 123만8000명으로 2.4%(3만명) 늘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3.9%),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1.9%),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6%)의 증가 폭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전 산업에서 종사자 수 비중이 가장 높은 제조업의 증가율(0.2%)은 전년 동월보다 1.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숙박 및 음식점업(-2.7%), 건설업(-1.5%),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0.9%)도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29일 고용노동부의 '2024년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2013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7%(13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출처=고용노동부)
 
물가 못 따라간 월급
 
근로자들의 실질임금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0.4% 감소했습니다. 올해 1∼6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4만3000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55만8000원보다 1만5000원 감소한 수준입니다.
 
실질임금은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한 명목임금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임금의 실질적 가치를 말합니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들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403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9만4000원(2.4%) 증가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8%)보다 웃돌면서 실질임금이 낮아졌습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0.8% 증가했습니다. 단,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임시직·무직 가구 증가 등의 요인으로 근로소득이 7.5% 줄었습니다.
 
 
지난 8월19일 서울 소재 상가 밀집지역의 한 매장에 임대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내수 침체…위기의 자영업
 
지난달 2.7% 감소한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수는 7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방증입니다.
 
특히 자영업자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2분기 사업 소득은 물가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1.4%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사업소득이 5.9% 줄어드는 등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의 감소세가 뚜렷했습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수입은 타격이 더 컸습니다. 소득 하위 20% 1분위 사업소득을 보면 12.6% 급감했습니다.
 
정부도 전통시장 소비 촉진,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 동행축제 할인 행사 등 추석 민생안정 대책과 김영란법상 식사비 5만원 상향, 내년 예산에 새출발기금 규모 40조, 100만원의 배달비 지원 등의 방침을 세웠지만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내년 민생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민생 포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올해 지역 화폐 예산 삭감에 이어 내년 예산도 전액 삭감한 데다, 소상공인 채무조정을 돕는 새출발기금 진입장벽도 높기 때문입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의장은 "대표적으로 정부는 또다시 내년 예산에 지역 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올해 예산에도 지역 화폐 예산을 삭감해 결국 국회에서 3000억원의 예산을 회복했던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의회의 결정을 무시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000조원을 훌쩍 넘긴 자영업 부채와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소상공인이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벽 끝에 몰린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새출발기금의 약정 채무액은 올해 6월 기준 3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진입장벽이 높아 사용할 수도 없는 기금을 늘리는 것은 결코 민생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내년부터 소상공인에게 연간 100만원의 배달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며 "도무지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민생 포기 정부"라고 비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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