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 세계 각국서 조사…생체정보 수집 위험성 주시
12개국서 사업중단 조치 혹은 조사 중
국내 개인정보위도 3월 조사 착수…결과는 아직
2021년 페북 유사 사례엔 64억 과징금 부과
"생체 정보는 변경 불가해 유출시 위험도 높아"
입력 : 2024-08-21 15:48:38 수정 : 2024-08-21 17:44:28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가상화폐로 알려진 월드코인을 두고 세계 각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사업 내용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국가·지역이 벌써 12곳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관련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생체 정보 수집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월드코인 사업을 중단하거나 월드코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국가, 지역은 12곳에 달합니다. 최근 스페인, 포르투갈이 월드코인에 사업 중단 조치를 내렸는데요. 앞서 지난 5월엔 홍콩이 월드코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독일에서도 관련 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입니다. 
 
월드코인은 한때 인기를 얻었으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 인기가 빠르게 식었습니다. 월드코인은 홍채 정보를 제공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되는 가상 화폐입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월드코인은 '오브'라는 홍채 인식 기구를 통해 개인의 홍채를 데이터화해 블록체인에 연결합니다. 정보 제공자에겐 월드ID와 월드코인이 제공됩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40개 국가에서 600만명 이상의 홍채가 수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 월드코인 관계사가 한국 내 10여 개 장소에서 얼굴·홍채인식 정보를 수집 중인 것으로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민감정보 수집·처리 전반, 개인정보의국외 이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위반 사항 확인시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차례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법률 검토나 안건 상정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안건 상정은 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개인정보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이미 존재하는데요. 페이스북의 경우 2021년 이용자 동의 없이 얼굴인식을 생성 및 수집한 행위로 개인정보위로부터 6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당시 문제가 된 기능은 얼굴인식 서식으로,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이 자동으로 표시되는 기능입니다. 
 
학계에서는 생체 정보를 이용한 보안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생체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른 방식과 달리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고유 생체 정보가 유출되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학계 입장입니다.
 
염홍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비밀번호 같은 경우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생체 정보는 자신이 타고난 정보이기 때문에 유출돼버리면 바꿀 수 없는 사항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생체 정보가 민감 정보가 될 수 밖에 없어 다른 정보와 달리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AI(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목소리, 얼굴 등을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은 이미 어렵지 않은 일이 됐는데요. 특히 오픈AI에서 보이스 엔진을 만들면서 성문(목소리)를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되자 보안업계에서는 더 이상 생체 인식 중 성문 인식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생체 정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대안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EU에서 AI법이 통과 됐을 때도 생체 정보를 AI가 이용하는 것을 대단히 위험한 걸로 분류하고 심지어 공공 장소에서 실시간 생체 인식을 금지해야 된다는 항목까지 넣어놨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월드코인은 내달 3일 월드코인, 월드ID, 월드앱, 월드코인 토큰, 월드체인, 월드코인 재단, TFH(Tools for Humanity) 등에 대해 설명하는 공식 기자간담회를, 다음날인 4일엔 AI시대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관련한 내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입니다.
 
샘 알트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토론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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