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익스프레스 새 투자자 물색…큐텐그룹, 사실상 '공중분해'
알짜 기업 큐익스프레스, 구영배 지우기 나서
큐익스프레스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 전망 불투명
입력 : 2024-08-21 16:48:45 수정 : 2024-08-21 18:08:04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싱가포르 글로벌 물류 업체 큐익스프레스가 큐텐 그룹에서 독립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섰습니다. 복수의 큐익스프레스 재무투자자(FI)들은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큐텐 그룹에서 인수하고 회사 정상화 단계를 밟겠다는 방침인데요. 최근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 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큐텐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큐익스프레스마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가운데 큐텐 그룹의 공중분해도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물류를 기반으로 하는 큐익스프레스의 경우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지만, 나머지 이커머스 계열사들의 경우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홀로서기 나선 큐익스프레스…독자 경영 자신
 
21일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큐텐 그룹 대표 회사인 큐텐과 구영배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FI들이 대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서 구 대표와 큐텐 그룹 측의 지배 지분은 희석될 전망인데요. 이 경우 구 대표 측은 소수 주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달 1일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FI들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 전환을 마치고 사업을 회복시킨 뒤 국내외에서 새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큐익스프레스의 FI로는 국내 사모펀드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 외국계 펀드인 코스톤아시아 등이 있습니다.
 
특히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키로 결정했습니다. 상장 추진에 상당한 금액 소요가 불가피한 만큼, 사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그룹 전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입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큐익스프레스는 구영배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습니다. 당시 큐익스프레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 계열사의 크로스보더 물량이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부연한 바 있는데요. 이는 외부 고객사의 비중이 대부분인 물류 플랫폼인 만큼, 큐텐 그룹을 떠나서도 자립를 자신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룹 와해 속도…계열사별 전망은 엇갈려
 
이렇듯 그룹 내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던 큐익스프레스가 독자 경영 행보에 나서면서 큐텐 그룹의 해체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큐텐 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는 개별 투자 유치와 매각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다만 이들 계열사의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는 평가입니다. 물류 경쟁력을 갖춘 큐익스프레스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나머지 온라인 플랫폼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큐텐 그룹이 전반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기에 계열사들의 공중분해 수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불합리한 시스템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진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우 교수는 "사실 그룹의 공중분해라는 키워드보다는, 이로 인해 각 계열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큐텐 산하 온라인 업체들의 경우 향후 자립하는데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큐익스프레스의 경우 해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주력 사업도 물류이기 때문에,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사실 큐텐 그룹 계열사들의 각자도생은 개별적 역량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을 속단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다만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더해지고 있어 중소 플랫폼들의 약진이 쉽지는 않은 환경이다. 이에 (큐텐) 계열사들의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충범·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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