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변수 한국경제 '뇌관'…유가·무역 '불안정'
파월 피벗·중동분쟁 확산에 국제유가 '상승'
미 금리 인하 기대감…유가 상승 '제한적'일 듯
중동 긴장 고조가 큰 변수…유가 오름세 '뇌관'
에너지 안보 '불안'…수출비상 대책반 대응
입력 : 2024-08-26 17:58:21 수정 : 2024-08-27 08:59:4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리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에 이은 9월 '빅컷(50bp 금리 인하)' 기대감과 중동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유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리가 인하될 경우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심리와 중동 긴장감이 맞물린 유가 흐름이 소폭 인상에 불과한 만큼, 단기적 물가 둔화 흐름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전쟁에 따른 불안한 요소가 커질 경우 에너지 안보를 비롯해 수출에도 부정적 우려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도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에 총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나 상방 압력이 복병처럼 산재해 있어 호조를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전망 2% 내외?…유가 불안 요인
 
한국은행은 26일 BOK이슈노트를 통한 단기 물가 전망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내외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가 상승 모멘텀을 보면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단기 물가상승률이 전 부문에서 하향 추세가 관측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반영한 물가 흐름을 예측한 보고서로 발표 시점상 미국의 통화정책 입김과 중동 격화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해당 보고서는 '공급충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한'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격 발생 요인 중 지정학적 정세 등의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지정학적 정세, 기상여건, 공공요금 인상 시기·폭 등에 따라 농산물·석유류 등 비근원품목의 월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상방 압력 요인들이 복병처럼 산재해 있는 셈입니다. 이날 현지시간으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79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75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유가를 밀어 올린 데는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닌 내달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일조하면서 소폭 상승한 배경입니다. 금리 요인의 경우 금리가 인하되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물가 영향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방향타는 금리 인하로 향해 있지만 위험 균형을 고려한 시기와 속도로 인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방향은 분명하다"면서도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의 데이터, 경제전망, 리스크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4일(한국시각) 열린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 인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으로 전면 충돌했다. (사진=뉴시스)
 
"중동 격화 최악의 리스크"
 
이에 반해 지난 25일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교전 사태처럼 중동 격화가 더욱 심화되거나 전면전 양상을 띨 경우에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헤즈볼라 이어 하마스 등 가자 휴전협상이 또 다시 결렬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에 따른 파급력이 큰 나라입니다. 유가 상승은 정유, 화학, 물류뿐만 아니라 전 산업·제조업·서비스업·생산비용 등의 상승을 초래합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기반해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산업 영향 시나리오를 보면 양측 간 국지전이 지속될 경우 전 산업 0.7%, 제조업 1.2%, 서비스업 0.32%의 생산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전제로 분석한 추정치는 전 산업 3.02%, 제조업 5.19%, 서비스업 1.39%의 생산비용 상승이 추산됐습니다.
 
이동재 한은 인천업무팀장(전 물가동향팀 과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을 반영한 물가 흐름을 담았으나 중동 등 지정학적 정세의 리스크는 남아있다"며 "9월까지 단기적 물가에는 영향이 없을 수 있으나 9월 이후 불확실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으로 전면 충돌했다. (출처=세계은행)
 
에너지 '불안'…시나리오별 비상계획
 
현재 우리나라 수출 성적은 7월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만큼, 8월 수출 지표도 11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출 우상향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나 중동 상황 격화를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주재로 수출입 상황을 긴급 점검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동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2%, 가스의 32%(2023년 도입물량 기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안보에 있어 중요 지역으로 꼽힙니다. 현재까지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국내 도입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박성택 1차관은 "대중동 수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 우리 수출에 파급효과가 큰 유가와 물류비 등을 통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민관합동 '수출비상 대책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대중동 수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2.8%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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