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구원투수' 전영현 취임 100일
HBM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문화 쇄신 주력
엔비디아 퀄테스트·노조 리스크는 해결 과제
입력 : 2024-08-28 14:06:25 수정 : 2024-08-28 16:26:2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기 속 '구원투수'로 등판했는데요. 수장을 맡은 3개월 간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강화와 조직 문화 쇄신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거나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메시지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 기술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술통'으로 불리는 전 부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는 HBM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전 부회장은 반도체 수장을 맡은 지 한 달여 만에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에 메스를 든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대응해 반도체 분야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HBM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 부회장 취임 후 차세대 기술 리더십에 방점을 찍은 조직 개편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개발팀과 설비기술연구소 역시 재편을 통해 HBM을 비롯해 차세대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AVP 개발팀의 경우 전 부회장 직속으로 둬서 조직을 격상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2.5D, 3D 등 신규 패키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설비기술연구소는 반도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양산 설비 기술 지원 강화한다는 복안입니다.
 
이처럼 HBM에 주력하는 것은 전 부회장이 귀환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앞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업황 둔화로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전자는 AI 시장 확대로 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는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나 시장 선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사도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전 부회장 체체 하의 첫 성적표는 '합격점'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올해 2분기 전체 삼성전자 영업이익 10조4439억원에서 6조45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주요 역할을 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취임 후 조직 쇄신 및 분위기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 부회장은 실적 개선에 이바지한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도 "지금 DS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조직 문화를 의미합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합니다.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의 납품을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가 당면 과제 중 하나입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5세대 HBM을 납품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5세대 제품 성능 검증이 완료될 경우 AI 특수를 누릴 것으로 업계에선 점치고 있습니다.
 
노조 리스크 역시 해결할 중대 과제로 꼽힙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이 DS소속인 만큼, 노조의 강경 대응은 DS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전삼노 측과 만났으나 별다른 결과물을 도출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노조 움직임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점과 노조의 현업 복귀 등으로 큰 불씨는 사그라들은 상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외부로 활동을 드러내기 보다 내부를 묵묵히 다지는 타입"이라며 "그간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졌던 건 사실이다. 전 부회장 취임 후 조직에 긴장감을 높이고, 목표 이행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유진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