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DJ 아들이나 가신들이나 염치가 없다
입력 : 2024-08-30 06:00:00 수정 : 2024-08-30 06:00:00
‘동교동’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른바 가신들은 동교동이 팔리게 되는 걸 정말 전혀 몰랐을까. 매각계약서에 도장 찍은 DJ 3남 김홍걸 전 의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계약 전 권노갑 전 의원에게 매각불가피성을 얘기했더니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가신들이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다가 신문 보고 알게 된 건 아닌 듯하다. 동교동이 팔렸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 가신 출신 대여섯이 모여 회의를 했다. 몰랐다기보다는 관심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닌가 싶다. 
 
매각 보도 후 가신들 ‘긴급회의’에서 박지원 의원의 “6억 희사 용의” 말고는 이렇다 할 게 없었다. 그냥 처다들보며 안타까워하는 회의만 하면 뭐 하나. 입으로만 안타까워한 것을 긴급회의라고 생색낸 건 아닌가 싶어 하는 말이다. 박 의원이 밝힌대로 희사했는지도 전해지지 않는다. 김홍걸 씨가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까지는 뭐하고 있다가 “모금을 하자”느니, “DJ정신을 저버렸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지 되묻고 싶다. 뒤늦게 단심(丹心)이라도 보이고 싶은 겐가. ‘팔려나가기 전에 먼저 뭐라도 내놓으면서 그런 말을 하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
 
동교동 매각에 관한 한, 관련자들 모두 “염치가 없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보인다. 상속세 나올 거 모르고 집 다툼 벌였나. 상속 후 결국 매각한 김홍걸 씨의 경우, 2020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출마 때 등록재산이 서울 강남 반포동아파트 일원동아파트 상가분양권, 동산 등 총 76억원 정도였다. 전 대통령 자제이자 국회의원 출마자로서는 평범한 규모인지 모르지만 서민에게는 거액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공직자 다주택소유가 문제되자 강남 아파트 한 채는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기업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김대중 전 대통령시절 수감되기도 했다. 상속세 낼 돈이 없어 동교동을 팔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시민들이 안타까움보다는 석연찮음을 내비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원 시절 거액 주식투자에 코인 투자까지 했다는 것, 검색하면 상단에 뜬다. 유산 갈등 벌였던 자제들이나 가신들이나 고 김 전 대통령께 염치없기는 매 한 가지다. 김대중 비서 출신임을 얼마나 자랑스레 내세워왔나들. 지금이라도 DJ 묘소에 가서 곡진한 사죄부터 하고, 동교동을 역사에 ‘공적으로’ 남기는 방안 만들기 바란다. 
 
가신들이 DJ 팔아서 호가호위하며, 정치적 이득 누려가며, 또는 노려가며 권세부리던 거 벌써들 잊었나. 동교동에서 뱃지 달아줄 때는 좋았을 것이다. 민주화투쟁 공을 전유물처럼 내세우는 거 마뜩찮다. 동교동 사람들도 고초 겪었지만, 투쟁과 희생은 주로 시민/학생들이 했다. 이러니 정치합네 하는 사람들이 “모리배” 소리 듣는 것이다. 끌끌 찰 혀가 아깝다.
 
DJ는 자제나 가신들의 ‘선생님’만은 아니다. DJ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김 전 대통령은 역사 속 인물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영원한 공인이다. 그에 관한 것들은 그래서 그 가족이나 가신들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매각 건에 대해 시민들이 마땅치 않아 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는 그러한 까닭이 있다. 장삼이사의 상속재산 처분 여부는 사적 사항이지만, 그게 ‘김대중’이라면 다르다. 사적인 면에 앞서는 공적 요소가 훨씬 많다. 김대중은 선친이거나 모셨던 분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이고, 그의 모든 것 자체가 곧 역사다. 자제나 가신들 모두 ‘공적 의식’을 무겁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게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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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