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3차원 블록인 '복셀(Voxel)'로 만든 산과 강, 그 위를 뛰어다니는 캐릭터들. 언뜻 보면 게임 '마인크래프트' 세상같이 생긴 이곳은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를 자처하는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The Sandbox)'입니다.
더 샌드박스 설립자 세바스티앙 보르제 COO(최고운영책임자)는 4일 서울 강남에서 그간의 성과와 계획을 알리는 '웹3 쇼케이스'를 마치고, <뉴스토마토>에 참여자 보상을 통한 블록체인·메타버스 게임의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더 샌드박스 설립자 세바스티앙 보르제 COO(최고운영책임자)가 4일 서울 강남에서 그간의 성과와 계획을 알리는 '웹3 쇼케이스'를 마치고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창작자 보상이 강점"
더 샌드박스는 여럿이 함께 가상 공간을 만들고 즐긴다는 점에서 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 같은 게임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 분명한 차별점 또한 존재하는데요. 바로 가상자산으로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보상한다는 겁니다.
보르제 COO는 "마인크래프트는 창작자 보상 측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개발사는 마인크래프트에 블록체인을 넣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수많은 창작자의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샌드박스 이용자는 자신이 만든 게임 속 캐릭터(아바타)와 아이템 NFT(대체 불가 토큰)를 가상자산 '샌드(SAND)'를 받고 팝니다. 단, 게임에 필요한 땅인 '랜드'를 한 칸(1 랜드)당 1011 샌드에 구매해야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랜드를 많이 살 수록 더 넓은 가상 세계나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샌드박스엔 지난해 7월 기준 16만6464개의 랜드가 있고, 이 중 70%가 넘게 팔렸습니다. 랜드를 가진 이용자는 약 1만7000명입니다. 회사는 랜드 분양과 아바타, 아이템 거래 수수료 5%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보르제 COO는 "올해 처음으로 10만 샌드 넘게 보상 받은 창작자가 생겼다는 점이 커다란 이정표"라고 자부했습니다.
사자 레코드가 더 샌드박스에 만든 가상 클럽. (이미지=더 샌드박스)
더 샌드박스는 자사와 협업사의 IP를 활용해 더 샌드박스 메타버스 이용자를 늘리려 합니다. 이 때문에 회사들과의 협업도 중요한데요. 특정 브랜드 이벤트와 연계된 메타버스에 소비자들이 들어와 관련 게임을 즐기면서 생태계 내 소비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범위는 놀이공원인 롯데월드와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 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 회사와의 협업 규모는 100건이 넘어 아시아 1위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넷마블, 시프트업, 그라비티 등 한국 게임사와도 협업 중인데요. 최근 '나 혼자만 레벨업' IP(지식재산권)를 가진 아더월드와 협업해 더 샌드박스 전용 게임을 만들어 나혼렙 팬들의 유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들이 굳이 샌드박스 안에 만들어진 이벤트 공간이나 게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 샌드박스는 '대규모 이용자와 IP 충성도의 결합'을 내세웠습니다.
보르제 COO는 "현재 600만 명이 더 샌드박스를 이용하고 있고, 이 가운데 45%가 아시아권"이라며 "아모레퍼시픽 같이 콘텐츠를 출시해 성공한 사례는 더 샌드박스가 유일하다"고 자평했습니다.
더 샌드박스 설립자 세바스티앙 보르제 COO. (사진=이범종 기자)
브랜드·신기술로 동기부여
관건은 신세대의 끝없는 유입입니다. 현재 더 샌드박스 사용자는 18~24세가 43%, 25~49세가 43%, 50대 이상이 14%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더 샌드박스는 현재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를 즐기는 어린이들을 잠재적인 생태계 참여자로 보고,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복셀 그래픽 도구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두 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르제 COO는 "두 개의 외부 스튜디오에서 제작중인 게임에 우리의 지갑과 아바타 등을 연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새 식구를 확보할 수단은 넷플릭스 같은 뷔페식 콘텐츠 제공입니다. 더 샌드박스는 이날 '알파 시즌4' 계획을 밝혔는데요. 보르제 COO는 "현재 더 샌드박스 지도에는 1000개가 넘는 콘텐츠가 있지만, 이용자들이 어디를 왜 가야 하는지 모른다"며 "여러 브랜드와 협력해 만든 콘텐츠로 대규모 마케팅과 큰 보상을 하는 '메가 페스티벌'로 동기 부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진격의 거인' 게임도 더 샌드박스에 구현됐다. (이미지=더 샌드박스)
이용자들은 브랜드별로 준비한 게임을 할 때 얻게 될 경험치(Experience Point·EP)를 토대로 NFT 등 다양한 보상을 받게 되는데요. 이 때 더 샌드박스 메타버스에 적용된 신기능도 자연스레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열풍이 식은 점이 부담일 수 있는데요. 더 샌드박스는 이를 콘텐츠 강화로 시장을 선도할 기회로 여깁니다.
보르제 COO는 "중요치 않은 몇몇 프로젝트는 중단하고, 그동안 잘해온 일을 더 잘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창작자와 브랜드를 연결해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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