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개막식에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기술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그게 곧 미래입니다. 기술 인재가 한국의 미래 주역입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지난 10일~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를 지켜본 이우영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한국위원회 회장 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한마디입니다. '기술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이번 대회의 공식 모토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도 종합 2위에 그쳤지만, 이 이사장이 던진 메시지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전 세계가 소리 없는 기술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술 인재는 곧 기술력의 상향화를 뜻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기술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가운데, 기술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능인 우대 정책 등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2회 연속 종합 2위…1위는 중국
1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 우수 11개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의 공식 지표를 바탕으로 한 종합점수는 232점으로, 240점을 기록한 중국에 이어 종합 우승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대만(227점), 스위스(226점), 프랑스(224점)가 뒤를 이었습니다.
역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총 19차례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코로나19로 분산 개최된 직전 2022년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20번째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중국에 8점 차이로 뒤지면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제조 기술 및 공학 분야인 CNC선반, 용접, 산업제어, 모바일로보틱스, 적층제조, 로봇시스템통합 직종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총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 신규 종목인 로봇시스템통합 직종에서 창원기계공고 출신 선후배 사이인 강승환(20·두산로보틱스), 정성일(19·무소속) 선수가 한 조를 이뤄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밖에 웹기술 직종에서 신승빈(20세·삼성전자) 선수가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지난 2017년 아부다비 대회 이후 4연패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또 전통적 강세 종목이 아닌 서비스(피부미용), 예술 패션(의상디자인·그래픽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도 금메달을 거뒀습니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모바일로보틱스 직종에 참가한 김겸온·김용현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인재'가 곧 경쟁력…"국가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전 세계 기술의 상향 평준화 현상입니다. 강대국이 주도하는 소리 없는 기술 전쟁 한복판에서 '기술 강국'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독일 등 제조업 강국을 비롯해 인도 등 IT 강국들이 보여준 기술력은 2년 전보다 훨씬 발전했으며, 기술 역량 또한 한층 더 성숙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들 국가의 경쟁력은 바로 '인재'였는데요. 젊은 기술 인재를 핵심 산업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삼으며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평가입니다. 실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은 스마트 팩토리에 기반을 둔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숙련기술인 양성에도 지원하지 않는 정책으로 유명합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제조업 등 각종 산업 육성 정책에도 현실은 부족한 노동력에 인재 양성 측면에선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과 역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상하이 대회를 앞두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중 투자를 해왔는데요. 가령 CNC선반 및 자동차정비 직종 등에 10억원 이상 시설 장비를 투자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참가 규모 역시 2011년 첫 참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참가 직종 역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집중 투자는 곧 국제대회 성적으로 연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종욱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문제는 기술자, 과학자 등과 같은 엔지니어 보다 의사 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결국 학력 중시 사회, 기능 경시 풍조가 기술 인재 양성의 근본적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 역량의 핵심은 결국 미래 인재 양성인데, 수시로 변화하는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정부 차원의 기술 지원 체계 구축, 숙련기술인력 양성을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기계공학 CAD 직종에 참가한 세계 각 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제기능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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