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댐 건설 '반대' 경북 영천 주민들이 찬성으로 뒤집은 이유
경북 영천 화북면 보현산댐 취재기
댐 건설 후 '홍수·가뭄 걱정' 사라져
정비사업비로 태양광발전소도 운영
입력 : 2024-09-24 16:16:06 수정 : 2024-09-24 16:16:06
지난 23일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에서 왼쪽부터 서동욱 태양광발전소 운영위원장과 조원제 태양광발전소 수석부위원장이 보현산댐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북 영천=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지금 이 시대에 물고기가 뭐가 중요해요, 사람이 살아야죠. 댐으로 홍수·가뭄 조절되죠, 태양광으로 돈도 벌어요."
 
댐 주변지역 정비 우수사례로 꼽히는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댐. 지난 23일 화북면에서 만난 조원제 이장은 현재 태양광발전소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예전에는 댐반대추진위원회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강성 반대파'였습니다. 
 
다목적댐인 보현산댐은 2006년 건설 추진 당시 인근 지역 주민 90%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댐을 건설하면 화북면이 다른 면에 흡수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하는데요. 
 
영천시 북부에 위치한 화북면은 일조량은 풍부하지만 연간 강우량이 우리나라 평균보다 200mm 정도 적은 지역입니다. 전국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경북지역은 최근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702.2㎜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기상 가뭄이 발생했습니다. 
 
조 이장은 "고향을 잃는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이 항상 물 부족을 걱정해야 하다 보니 댐 현장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며 "농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알게 된 후 더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정부가 이미 적정성 검토 등을 마친 상태인 만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이왕 추진하는 거 확실하게 챙기자는 생각이 들자 반대추진위가 자연스럽게 건설추진위로 탈바꿈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에 위치한 보현산댐(사진=환경부)
 
댐으로 '재미·경제' 잡은 영천
 
지역주민이 택한 것은 영천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활용한 댐 일대 관광지 조성이었습니다. 보현산댐 출렁다리와 짚와이어는 영천을 대표하는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총 길이 530m로 국내 2번째 길이를 자랑하는 출렁다리는 지난해 8월 개통 이후 61만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짚와이어는 출렁다리 경관을 즐기며 보현산 기슭에서 보현산댐 상공을 시속 100km로 활강할 수 있습니다. 짜릿한 스릴과 자연경관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만5881명이 이용해 3억4500만원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태양광발전소는 화북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마중물로 꼽힙니다. 태양광 시설은 소장 한 명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해 고령 마을에 제격이었다고 하는데요.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태양광 이모작'인 셈입니다. 
 
시설용량은 2.4메가와트로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됩니다. 생산한 전기를 팔아 발생하는 이익금을 화북면 17개리 1000여가구 전체에 배분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약 9억원으로 전체 주민에 5억원, 가구당 50만원이 배분됐습니다. 인근 초·중학교 장학금 지원에도 1억원을 지급했습니다. 
 
인근에는 보현산 위쪽을 깎아 만든 이주단지인 '은하수마을'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유럽식 전원마을을 연상시켰습니다. 12억원이 소요된 단지에는 23가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댐 하류 쪽 우주선처럼 생긴 건물은 보현산 전망대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영천 대표 체험형 관광상품인 출렁다리와 짚와이어(사진=환경부)
화북면에 위치한 태양광 시설(사진=뉴스토마토)
 
 
댐 건설 후에도 정부 지원은 '진행형'
 
댐 정비사업 이후에도 정부 지원은 계속됩니다. 영천시의 경우 2015년부터 지원해 올해에는 5억4200만원이 배정돼 있습니다. 주민 소득증대를 위한 농림·수산업 지원, 주민 주거환경 개선, 생계비 지원 등에 활용됩니다. 
 
재원은 수자원공사로부터 나오는데요. 전국 모든 댐에서 발생하는 용수판매대금의 22%와 수력발전 매출의 6%를 떼 기금을 조성하고 댐 크기 등에 따라 분배합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정부가 댐 건설로 물을 판매해 얻는 이득과 홍수 피해를 줄임으로써 얻는 편익 등이 더 크다고 판단해 보현산댐을 건설한 것"이라며 "14개 기후대응댐의 경우에도 아직은 후보지일 뿐 비용대비 편익 등을 따져보고 여러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댐을 짓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3년간 홍수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인데요. 간접 피해까지 감안해 비용 대비 편익이 고려된다는 설명입니다. 
 
또 "예전에는 보상금 산정이 인색했지만 요즘은 많이 현실화됐다"며 "감정평가사만 해도 정부, 주민, 지자체가 각각 지정할 수 있는 데다 수용가에 불만이 있으면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나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도 있어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손민석 수자원공사 보현산댐지사장은 "인근 농가에 정부가 농산물 저장고를 지어주고 낙과 피해를 입을 경우 구매해주는 식의 지원도 하고 있다"며 "단순한 댐 건설을 넘어 주민들과 상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민석 수자원공사 보현산댐지사장이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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