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긁는 시대①)혜택에 중독된 소비자..당국 대책 약발 '0'
입력 : 2012-07-10 16:58:59 수정 : 2012-07-10 17:16:42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편리하고 친숙한 결제수단으로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국민 1인당 평균 4~5장의 신용카드를 소유할 정도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빚'인 카드의 무분별하고 무감각한 사용과 카드사들의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직불형 카드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원칙적으로 카드발급을 금지하고,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서는 평균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하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직불형 카드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동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뉴스토마토에서는 국민들이 여전히 철저한 신용카드 이용 선호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물론 직불형 카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 그리고 향후 지급체계 수단의 발전 방안을 제시해 본다.(편집자 주)
 
#1. 서울에 사는 주부 조 모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후 어김 없이 신용카드로 결제
한다. 할인도 받는데다 소액 상품은 적립된 포인트만으로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씨가 장을 볼 때 현금을 들고다니지 않은 지 이미 오래다.
 
#2.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박 모씨는 최근 이용실적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 받았다.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고 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는 혜택도 있어 혼수 준비 시 현금보다 신용카드 활용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올해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 내년 소득공제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직불형 카드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카드 이용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 
 
카드발급 신용등급을 제한하고, 수수료율을 낮춰도 당장 이용자들의 생활은 전혀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혜택 많은 신용카드 놔두고 웬 직불카드?"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 회원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다양한 혜택' 을 꼽고 있다.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할인혜택 등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잘만 활용하
면 현금이나 직불형 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것.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는 회원들에게 5만원 이상 구매시 실적에 따라 3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신용카드 회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별도의 비용 없이 외상으로 이용할 수 있
다.
 
직장인 박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달 소득을 넘는 상품을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 혜택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는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 결제처럼 사용할 수 있는가 하면 결제시 곧바로 할인
을 받을 수도 있다.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혜택만 골라 사용하는 '체리피커' 고객들 때
문에 골머리를 앓을 만큼 신용카드는 혜택이 다양하다.
 
직장인 김 모씨는 "커피 마실 땐 10%를 할인해주는 A카드를, 빵을 살 땐 적립금 만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B카드를 이용한다"며 "신용카드보다 할인 혜택이 적은 체크카드를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주부 조씨는 "신용카드가 현금이나 체크카드보다 장점이 많은데 굳이 안 쓸 이유가 있겠냐"며 "지금처럼 신용카드 혜택이 많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람들이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35년만의 '대개편'..소비자는 '무관심'
 
정부가 35년만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4일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카드 가맹점들의 평균 수수료율 인하가 핵심이다.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9월부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8%에서 1.5%로 0.3%포인트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이 35년만에 단행된 획기적인 개선안이라고 호평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저신용자들의 신용카드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6등급으로 강화하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도 내놨다.
 
내달부터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 카드 이용자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실정이다.
 
이미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카드발급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자신의 카드이용에 지장이 없으므로 카드 이용을 줄일 이유가 없고,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역시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의 문제일 뿐 카드 이용자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이다.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유일한 관심은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축소다.
 
카드사들이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수수료 이익이 감소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경우 자신이 받고 있는 혜택 역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일한 반응이다.
 
부가서비스가 계속되는 등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당국이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정권 말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신용카드 혜택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책으로는 신용카드 사용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 억제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의무수납제 등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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