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국제유가 '곤두박질'..왜?
입력 : 2012-10-04 13:02:51 수정 : 2012-10-04 17:42:42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연이은 양적완화 조치에도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통상 글로벌 유동성 확대 조치 이후에는 국제유가의 랠리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주요 외신들은 3차 양적완화가 투기수요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며 무엇보다 시장이 유동성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즉, 돈의 힘보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수요 위축 우려가 유가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양적완화 이후에도 유가 '곤두박질'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선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대비 3.75달러(4.1%) 떨어진 배럴당 8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8월초 이후 최저치이며 하락폭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가장 컸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11월 선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3.40달러(3.05%) 내려간 배럴당 108.17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지난 9월 중순 배럴당 99달러로 4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한달도 안돼 11%넘게 내렸으며 브렌트유 역시 지난 9월 14일 배럴당 117.95달러 이후 하락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한 시점부터 국제유가가 곤두박질 쳤다는 점이다. 통상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은 글로벌 양적완화 조치 이후 상승해왔다. 달러가 풀리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따라서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 등 상품가격 랠리로 이어진 것. 미국의 1차 양적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기간중에는 원자재가격이 32.4%, 2차 양적완화(2010년 11월~2011년 6월) 기간에는 10.3% 각각 상승했다.
 
3차 양적완화 조치이후 금값은 예상대로 올랐다. 12월 인도분 금값은 현재 온스당 1,779.80달러로 1800달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종전과 달리 이번 조치는 투기세력을 움직이기에 충분치 않다고 진단했다.
 
◇ 원유 공급은 회복 중.. 늘지 않는 수요가 '문제'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유동성보다 펀더멘털 즉, 수요와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측면에서 원유 공급은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한층 완화된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원유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한 추가 증산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반면, 수요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석유 소비량의 1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부진은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의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7로 지난해 3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49.2)보다 0.6포인트 오른 49.8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인 50을 밑돌았다.
 
마이크 귀도 맥쿼리 그룹의 에너지 헤지펀드 책임자는 "중국은 6개월 전에 예상한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글로벌 석유 소비량의 10.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경제의 부진은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경제가 회복중이긴 하나 원유 생산에 비해 소비량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지난주 기준 미국 국내 원유 생산은 일 평균 652만배럴로 지난 1996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한달간 미국의 가솔린 소비는 전년대비 3.6% 급감하면서 11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프리 바체 글로벌 상품투자그룹 브로커는 "최근 투자자들은 유동성 보다 원유의 수요와 공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급은 여전하나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이란 정권 붕괴 가능성에 '베팅'..유가 하락에 무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도 유가 급락을 이끌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이 차단된 이란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란산 석유가 국제시장에 다시 쏟아져 나올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
 
티라크 자흐리 타이치 캐피털 어드바이서 자문위원도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상황 때문이었다"며 "이제 시장참가자들은 펀더멘털에 의한 기본 투자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 위축 등을 고려할 때 투기세력이 3차 양적완화만을 보고 투기적 수요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과거와 같은 국제유가 랠리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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