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 `보편적 복지` 시대..재원마련 숙제
복지예산 총지출의 30% 육박..'역대 최고' 수준
무상보육 등 복지확충에 방점..결국 `부자증세`로 갈 듯
입력 : 2013-01-02 14:22:48 수정 : 2013-01-02 14:40:0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박근혜 정부의 새해 첫 살림을 꾸려갈 2013년 정부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복지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여야가 합의한 새해 예산은 총액 기준으로 당초 정부안인 342조5000억원에서 약 5000억원이나 줄이면서도 복지분야 예산은 크게 늘렸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서 보건·복지·노동 등 이른바 '복지예산'은 97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조8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민간 위탁 복지사업까지 합치면 사실상 복지예산은 103조에 달해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체예산 가운데 복지지출 비중은 30%에 육박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사병월급 인상 등 복지확충에 방점을 둔 '박근혜 예산'까지 넣으면 복지예산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번 예산안은 선별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 시대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전히 복지재원 마련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실시·반값등록금 지원..복지 확충에 '방점'
 
2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복지 지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실시다.
 
만 5세 이하 무상보육 예산은 정부안에 비해 1조500억원 늘어 3조5439억원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소득에 상관없이 만 5세 이하 아이를 둔 모든 가정은 오는 3월부터 현금으로 지급하는 양육 보조금이나 시설 보육료 중 하나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0~2세 유아의 경우 차상위 계층만 양육비를 지원받았으나 올해는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대상 아동 규모도 11만명에서 70~80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만 3~5세 아동도 정부가 제공하는 의무교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대상에 포함돼 무상보육 지원을 받는다.
 
보육기관에 아이를 보낸 부모는 22만원의 바우처를 받아 보육비 전액을 해결할 수 있고, 만 3~5세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지 않는 경우도 일괄적으로 10만원을 지급 받는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가장학금 규모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5250억원 늘어난 2조775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조7500억원보다 1조원 늘어난 규모다. 이로써 저소득층 대학생 대부분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도 대폭 강화된다. 국회는 월 급여가 130만원 이하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기 위해 2731억원을 증액했다.
 
또 정부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던 경로당 난방비는 293억원으로 늘렸고, 장애인 활동 보조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730억원 증액했다. 초등학생 아이 돌봄 서비스 예산과 농어업 재해 품목 확대 예산도 정부안에 비해 각각 58억원, 417억원을 더 책정했다.
 
총액이 늘어나진 않았지만 의료 보장도 부분적으로 강화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관련 예산은 정부안보다 7300억원이 증가, 75세 이상의 경우 부분틀니까지 건보 적용이 가능해져 200만명이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과 어르신 임플란트 건보 적용 등은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방침을 정했다.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병 봉급인상도 지난해보다 926억원 증가한 6184억원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사병 월급과 수당이 20% 인상되며, 나머지분은 기간 안에 순차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흐름은 '보편적 복지'로..'재원마련' 등 과제 산적
 
이번 예산안을 두고 꼭 필요한 계층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의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시대로 한발짝 옮겨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복지 확대 공약을 이행하려면 상당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기에 재원마련 수단과 전달체계 정비 등의 과제도 수두룩하다.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등 늘어나는 복지혜택 만큼이나 나라곳간을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박 당선자는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간접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킨 비과세 감면 총액이 1조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여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복지 확대가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나 법인세 증세 등 부자증세를 불가피하게 불러오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비과세 감면 축소도 재원 확보 여력이 거의 없다"며 "단계적으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예산을 재정건전성 범위에서 확보한 것은 바람직하나 올해 최악의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복지정책과 함께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식으로 늘린 예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좀 더 본질적인 증세안이나 탈세 방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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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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