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전세값, 원인은 '전세자금대출'?
시장정상화·주택공급 등 근본 대책없이 자금만 유입
입력 : 2013-01-04 16:39:49 수정 : 2013-01-04 16:46:40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전세자금대출이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기고 가계부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황에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전세로 주저앉는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수요자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이 돌며 전셋값은 끝임 없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 매매 선순환 등 전세난 해결의 근본대책 마련에 늑장을 부리는 사이 전세값은 사상 최고치로 치달았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으로 전세대출금을 시장에 풀고 있지만, 오히려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하지 않고 시중은행에서 직접 전세대출을 받은 수요까지 감안하면 대출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매매 싫어..비싸도 대출받아서 전세!"
 
4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1월~11월말 기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지원한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10조269억8700만원이다.
 
전세난이 몰아치기 전인 2008년 3조5490여억원 수준이었던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2009년 4조4756억원, 2010년 5조766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전세난이 극에 달했던 2011년 9조3151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10조원을 돌파했다.
 
 
전세자금보증은 집 없는 서민이 별도의 담보나 연대보증없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여러 번의 전세대책을 통해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 전세자금 유동성을 높였다. 4.0%~5.2%로 지원되던 전세자금대출은 올해부터 3.7~4.3%로 인하해 대출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에 유입된 전세금은 지속적으로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최근 4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32.9%나 상승했다. 전세난이 감지되던 2009년 5.3% 오른 전국 전셋값은 2010년 8.8%로 급등한데 이어 2011년 14.7% 오르며 전세대란으로 번졌다. 급등 피로감에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란 전망과 달리 지난해에도 4.2% 상승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전세값이 오르면 매매전환 수요가 발생해야 하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오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겹치며 전세살이를 연장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은 매매전환 기간을 더 늘려주면서 전셋값을 역대 최고치로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세난 근본해결책 못내놔.."전국민 빚더미"
 
정부는 전세난 해결을 위한 주요 공급 확대책으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제도를 내놨지만 이는 전세시장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도입부터 현재까지 21만여가구가 공급됐지만 이중 85%인 18만여가구가 월세형 원룸으로 공곱돼 3~4인 이상 수요가 대부분인 전세수요를 흡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도시형생활주택은 모든 물량이 월세로 공급되는데 월세는 대학가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예전부터 크게 부족한 적이 없다"며 "3인 이상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전셋집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신규 공급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5083가구로, 지난해 17만3565가구에 이어 20만 가구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35만3748가구가 입주한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세난은 진앙지라고 불리는 강남권에서 지난해 송파 래미안 파인탑(794가구), 강남 서해더블루(68가구). 대치동 개나리SK뷰(240가구) 등 모두 1102가구가 입주했다. 대단지 아파트 1개 규모에 불과하다.
 
2011년에도 2개 단지에서 1246가구만이 입주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누적되고 있다. 강남보금자리주택 912가구, 서초 우면2지구 133가구 등 공공주택이 입주했지만 그린벨트를 해제한 외곽지역으로 통상 강남3구라고 부르는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장기무주택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아파트여서 전세로 공급될 수 없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전세를 유지하려는 것은 향후 매매 후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이나 현재의 전세수요를 상당수 안아줄 수 있는 공급책이 필요하다"며 "새정부가 내놓은 행복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 임대전환 등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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