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사장님, 어린이집부터 지어주세요"
직장어린이집,전체 어린이집중 1.1% 불과..작년 의무설치사업장 26% 불이행
미이행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재정적·행정적 조치 필요"
입력 : 2013-04-09 06:00:00 수정 : 2013-04-09 12:13:41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A씨(35세)는 드디어 몇 개월 간 기다리던 끝에 두살바기 딸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대기자 수가 많아서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겨왔다. 
 
A씨는 "집 근처에 민간 어린이집이 있지만, 시설이나 교육프로그램 등 직장 내 어린이집이 아무래도 마음에 놓인다"며 "민간 어린이집은 급식 등 안 좋은 뉴스가 자주나와 보내기가 불안했다"고 말했다.
 
◇언제든 아이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
 
정부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 함에 따라 맞벌이 여성들의 육아가 좀 더 편해졌다. A씨처럼 친청엄마에게 아이를 맡겼던 사람들도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상시 근로자가 500명을 넘거나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에 근무하는 K씨는 "언제든지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다"며 "회사에서 복지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이나, 선생님, 프로그램 등 여러면에서 믿음이 간다" 고 자랑했다.
 
투명한 운영과 인력 관리도 직장 어린이집의 장점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유아교육과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하며, 교사는 4년제 유아교육 졸업생들로 구성된다.
 
박현주 KT연구개발센터 어린이집 원장은 "좋은 재료로 먹이기 때문에 49명 아이들의 급식비만 한 달에 300여만원이 들어간다"며 "모든 운영비는 100% 아이들의 교육에만 쓰고, 이 내역을 매달 정리해 기업에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KT 연구개발센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 비중 1.1% 불과
 
그러나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있는 직장내 어린이집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직장 어린이집이 전체 어린이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1월 발표에 따르면 작년 전체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사업장은 총 919개소였으나 236개소(26%)가 이행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80%의 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60%) 운영비 등의 부담으로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꺼리는 이유는 재정부담, 보육 시설을 운영하는 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보육 수요 부족을 꼽은 기업이 44%, 재정 부담을 꼽은 기업이 1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실제로 상당수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 당황해 한다"고 말했다.
 
◇솜방방이 처벌도 문제.."직장어린이집 늘려야"
 
정부의 솜방방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정부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에 대한 제제는 미이행 기업 명단 공개에 국한되며, 영유아보육법은 단서조항을 통해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근로자에게 보육 수당을 지급해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이 설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민주통합당 이재준 의원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는 여성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복지"라며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재정적 행정적 조치를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지역 공동체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보육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남희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모으고 정부가 보조를 하는 공동출자 방식의 어린이집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방안"이라며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기업과 국가가 힘을 모아 전체 지역을 위한 어린이집을 많이 늘려나가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어린이집 확충을 비롯, 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늘어야 여성경제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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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