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조세피난 논란, 금융·교육계 등 전방위 확산
입력 : 2013-05-31 10:42:56 수정 : 2013-05-31 10:45:4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앵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한국인 3차 명단이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번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유명 배우 윤석화씨, 삼성전자 임원 등 총 5명입니다. 특히 김석기씨의 경우 무려 6개에 이르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임원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자세한 내용 보도국 황민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5명, 다들 면면이 예사롭지가 않은 유력 인사들인데 어떻게 된건가요?
 
기자: 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유력인사를 오늘 뉴스타파가 세 번째로 공개했는데요. 이미 세간이 널리 알려진 인사들이 포함돼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 월가 출신의 첫 한국인 금융전문가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무려 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김 사장의 배우자인 연극배우 윤석화
씨도 함께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석기 사장은 지난 1990년부터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발을 들여왔다는 얘깁니다. 김 사장은 설립한 회사는 지난 90년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으로 시작해 93년에 PHK 홀딩스와 STV 아시아, 2001년에는 자토 인베트스먼트,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2005년에 만든 에너지링크 홀딩스 등입
니다.
 
90년대 만들어진 법인 3개는 김 사장이 홍콩에서 활동하던 시절과 IMF 이후에 사업상 활용한 법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나머지 3개 법인은 설립 시점이 김 사장이 검찰수배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2000년 이후입니다. 중앙종금이 4000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문을 닫은 뒤에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겁니다. 부도 이후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네, 그런데 여기에 배우 윤석화씨와 삼성전자 현직 임원인 이수형 전무는 어떻게 가담이 된 건가요?
 
기자 : 김석기 사장이 설립한 회사 중 2개 회사엔 부인 윤석화씨가 각각 이사와 주주로 등재돼 있습니다.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는 김 사장이 설립한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에 주주로 등재돼 있습니다. 이수형 전무는 대외적으로는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사실상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영훈중 부정입학 문제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바로 삼성그룹과 이수형 전무가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수형 전무는 김석기 사장은 동아일보 법조계 출입 기자였는데요. 당시에 김 사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전무는 지난 2005년경에 홍콩에 취재차 방문해 김 사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전무는 공식 입장표명에서 "회사 설립에 같이 이름을 올리자는 요청에 여권 번호와 영문 이름을 알려준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인줄 전혀 몰랐고 돈을 투자하거나 대가로 받은 것이 전혀 없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삼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 현재까지 전후 관계를 살펴보면 이렇다할 관련은 없어보입니다. 문제의 회사가 설립된 시점은 2005년 6월이고, 이수형 전무가 명의를 빌려준 시점도 그와 비슷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수형 전무가 삼성에 입사한 시점은 2006년 5월 17일입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이사 등재 시점은 2006년 8월이죠. 이 전무는 자신이 삼성에 입사할 무렵에는 문제의 회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고, 이사 등재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석기 사장은 2000년 6월에는 중앙종금 부도, 2002년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쫓기다 홍콩으로 도피해 수배가 내려진 바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김 사장이 연루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법조계 전문가인 이수형 전무가 아무것도 모르고 명의를 빌려줬다는 해명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 그렇군요, 이번에는 기업계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학계 인사도 연루됐습니다. 경동대학교 전성용 총장이죠? 어떻게 된건가요?
 
기자 : 경동대를 설립한 전재욱 명예총장의 장남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도 버진아일랜드에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전성용 총장의 아버지인 전재욱 명예총장은 '경문대 사태'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습니다. 당시 전재욱 총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벌금 7억원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리스트에 오른 전성용 총장은 통상 페이퍼컴퍼니 설립 중개 역할을 하는 은행이나 법무, 회계 법인의 도움 없이 자신이 직접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내부 기록에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중개업자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굉장히 흔치 않다고 합니다. 비밀스런 조세피난처의 세계에 매우 정통하거나,
아니면 그 아무에게도 자신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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