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규제완화' 외쳤지만..의원입법 탓에 되레 '증가'
5월말 기준 등록된 규제 1만4796건..MB정부 2.7배 증가
의원입법 영향..규제영향평가·규제비용 총량 관리제 등 제시
입력 : 2013-06-10 14:31:08 수정 : 2013-06-10 14:34:17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기업하기 좋은 나라·손톱 밑 가시 빼기'...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기업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증가가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달 6월 임시 국회에서도 노사·하도급·공정거래 등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각종 규제 입법들이 줄줄이 대기 상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면 정치권의 규제만능주의 입법을 사전에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등록규제 수는 1만4796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등록규제'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나 공공기관 내규 등을 제외한 법, 시행령, 시행규칙, 정부고시 등을 통해 만들어진 규제를 의미한다.
 
역대 정권별로 각종 법규상 등록규제 건수를 보면, 김대중 정부 초기 3년간 규제가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숫자가 증가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결과 1998년 1만372건이던 규제가 1999년 7294건, 2000년 6912건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2001년 7546건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매년 규제가 증가했다. 2003년 7707건이던 규제는 2006년 8084건으로 늘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과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는 각각 5166건과 5186건으로 급감했지만, 이는 규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규제분류 방식을 건수별 집계에서 산업별 대분류로 바꾸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치로 규제완화를 표방했던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집권 기간 동안 등록규제 건수가 2.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권 초기부터 '전봇대 뽑기' 등 규제 완화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MB정부 초기인 ▲2008년 5186건에서 ▲2009년 1만1050건으로 1년새 급증한데 이어 ▲2010년 1만2120건 ▲2011년 1만3147건 ▲2012년 1만3914건으로 5년 만에 30% 가량 증가했다.
 
'손톱 밑 가시 빼기'를 정권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기업의 규제완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보였던 박근혜 정부도 올해 출범한 후 1338건의 규제가 신설되고 456건이 폐지돼 5월 말 현재 규제건수가 1만4796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새정부 출범 이후 총 798건의 규제가 규제정보시스템에 신규로 등록됐다"며 "그 중 765건은 지난 정부에 신설된 규제가 신규등록 된 것이고,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규제심사 절차를 거쳐 신설된 규제는 33건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규제가 늘어나다보니 한국의 규제 경쟁력은 전 세계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위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규제 부담 정도'는 2009년 98위(133개국 대상)에서 작년 117위(144개국 대상)로 떨어졌다.
 
이같은 규제 양산의 원인 중 하나로는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증가가 지목되고 있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관련 법안은 2923개로 정부가 발의한 규제 관련 법률안(349개)의 8배 수준이었다. 의원 발의 법률안 중 63%인 1848건이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논의될 노사, 하도급, 공정거래 등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각종 규제 입법들이 줄줄이 대기 상태란 것이다. 19대 국회가 출범한지 5개월 만에 4567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됐다는 것.
 
전경련은 "19대 국회의 입법 건수로만 볼 때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 317건의 14.4배 수준"이라며 "가결된 법률도 의원입법이 295개로 정부입법 107개의 2.8배"라고 지적했다.
 
이에 규제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실시', '규제비용 총량 관리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의원들의 규제만능주의 입법을 사전에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규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규제 내용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사회 변화에 뒤쳐졌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는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고 신설 규제는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영국처럼 신규규제 도입시 증가되는 규제비용을 측정해 동일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경우에만 규제신설을 허용하는 '규제비용 총량 관리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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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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