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공포)①"14세기 흑사병 수준"…한국 덮친 인구 붕괴 재앙
각종 대책에도 합계 출산율 고작 '0.7명'
저출생으로 100년 뒤 인구 '2000만명' 선 깨져
정부, 국가비상사태 선언…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입력 : 2024-07-01 16:57:12 수정 : 2024-07-01 18:29:3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의 인구 감소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빠르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의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의 출생아 수)이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까지 떨어진 것을 두고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중세 흑사병'에 빗댄 것은 국내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줬습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5000만명대에서 약 50년 뒤 3000만명대로, 100년 뒤에는 20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운 인구 소멸 단계인데요. 세계 최저 수준을 밑도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대 이후 국가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은 물론, 재정·노동·교육·국방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지금껏 정부의 '백화점식' 저출생·고령화 대책이 아닌,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인데요.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기에 사회 전반의 촘촘한 전략과 함께 위기 대응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0년 뒤 3000만명대로 급감…100년 뒤엔 2000만명 하회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우리나라 인구는 오는 2070년 3766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약 50년 뒤 한국의 인구는 일제 강점기였던 191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인데요. 약 100년 뒤에는 20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통계청이 2022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출생·사망·인구이동 추이를 전망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54년 전체 인구는 51만2000명 자연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연감소란 사망자 수에서 출생아 수를 뺀 수치인데요.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53개월째 내리막길입니다.
 
이 같은 인구 감소는 출산율 저하와 맞닿아 있습니다.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까지 떨어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4년 0.6명대로 추락한 후 2025년엔 0.65명까지 하락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국내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하면서 19개월 만에 반등해 깜짝 희소식을 전했지만, 이면에는 기저효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반짝 증가했던 혼인 건수의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구 감소=국가경쟁력 약화…산업·교육·주택·국방 등 전방위 '흔들'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단순히 인구 감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구 감소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와 직결되는데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시장에선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잃게 됩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합계 출산율이 0.25명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합니다.
 
경제뿐만이 아닙니다. 초·중·고교 폐교는 물론, 좀비 대학이 속출하고 전국에 빈 집들이 즐비하게 될 것으로 예상는데요. 허운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는 과거와 다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의미함에 따라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저출생과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할 주택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인구 감소는 군대 유지조차 어렵게 만들어 국방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병력 부족은 안보 불안과도 직결되는데요. 현재 50만명 규모인 상비 병력은 2045년에 17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의 경우 저출산으로 자위대에서 근무하는 자위관 인력이 부족해지자 정년을 한 살씩 늘려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대응 나선 정부…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 약 두 달 만인데요. 인구 감소가 단순한 경고음이 아닌 재앙에 가까운 만큼, 인구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인구 정책과 관련한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전략·기획, 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거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됐습니다. 인구정책 기획을 비롯해 관련 예산을 사전 심의, 평가, 조정하는 데 역할이 집중되는데요. 교육부 장관이 겸하던 사회부총리직 또한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이 넘겨받는 등 강력한 권한이 부여됐습니다. 
 
또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하고,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전략기획부 장관 소속 자문위원회인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정치권 역시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불문하고 저출생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1호 당론 법안으로 소속 의원 108명이 참여해 '저출생 대응 패키지 4법'을 발의했으며, 민주당도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확대와 아동수당 인상 등 관련 법안들을 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촘촘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서 벗어나 암울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면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는데요.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노동 공급이 감소해 가장 먼저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다"며 "노동인구 감소는 결국 저출산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만큼, 주거·일자리·교육·산업 등 모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진아

지금 이 순간,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