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식 절전대책보다 근본적 수요관리 필요
입력 : 2013-06-11 15:05:27 수정 : 2013-06-11 18:15:3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연이은 무더위와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전력대란 위기가 커지자 정부가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내놨지만 이번에도 쥐어짜기식 절전대책만 강조하고 있다.
 
가정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전력수요 관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유인책을 찾고 전기요금 인상 등 전력 낭비 요인을 줄이는 한편, 원전사고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월 실내온도 제한과 '문 열고 냉방' 같은 전력낭비를 단속하는 내용의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별 전력사용량을 최대 15%까지 의무 감축하고 피크시간에는 전등의 2분의 1을 끄게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전력수급대책의 초점을 절전에 맞췄다. 11일 산업부에 따르면 전력수급대책을 통해 기존 7870만㎾인 전력수요를 7420만㎾로 낮추고 전력예비력은 442만㎾까지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름만 전력수급대책이지 사실상 절전대책인 셈이다.
 
◇전력수급대책 시행에 따른 수급현황 비교(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전력대란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에너지관리에 대한 정부의 안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쥐어짜기식 임시방편으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난 2011년 9월 블랙아웃 사태 이후 2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블랙아웃 이야기가 나온다"며 "블랙아웃 걱정되니 절전하라는 것은 정부가 에너지관리 부실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경우"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놓은 절전 방안의 비현실성도 지적된다.
 
한창 날씨가 더우면 누구나 냉방기를 가동하려 할텐데, 피크시간을 피하면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에 누가 호응하냐는 것이다. 서울메트로도 지난 10일 절전을 위해 7월~8월에 서울 지하철의 하루 운행 대수를 1050대에서 919대로 줄인다고 발표했다가 빈축을 샀다.
 
기업들 역시 공정을 조정하거나 갑자기 15%까지 전력사용량을 의무감축하면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윤상직 장관이 기업CEO들과 절전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연 간담회서도 기업의 절전에 대한 불만이 섞여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싸서 전력과소비 경향이 있으므로 절전하자는 것은 공감한다"며 "그러나 현실성 없고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쥐어짜기식 절전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스스로 하루, 한달에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며 "개인별 전력낭비가 어떻게 돼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한 뒤 자율적으로 절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력과소비 규모를 깨닫게 되면 전력수요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불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 전력 사용량 의무감축을 주문하더라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업종별로 요일을 나눠 절전하게 하거나 오전,오후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며 "전력수요가 많은 평일이나 오전을 피해 작업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를 주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수요관리 측면의 강제 절전보다는 절전을 유도하는 전기요금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은 wh당 93.1달러로 미국(118.5달러)과 일본(276.8달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다. 
 
한수원 관계자는 "명목 전기요금도 낮은데다 국민의 체감도는 그보다 훨씬 낮다"며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높여 전기도 하나의 공공재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자연스레 '문 열고 냉방' 등의 전력낭비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우리나라가 8000㎾h로 일본(7800㎾h)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7617㎾h)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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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