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證, '채권 신흥명가' 입지 다진다
황순재 채권운용본부장 "조직 재정비 끝, '+α' 성과낸다"
입력 : 2013-10-17 16:23:17 수정 : 2013-10-17 16:26:46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HMC투자증권이 ‘채권명가’로서의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연착륙을 고민한 끝에 HMC투자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채권운용본부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4월 국내 채권시장의 내로라하는 베테랑들을 모아 캐피탈마켓(CM)팀을 본부 내에 신설하면서다. 이로써 HMC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는 국내 채권시장 공략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
 
“재정비는 끝냈습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구색은 모두 갖춘 셈이죠.”
 
17일 황순재 HMC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미래 수익력을 높이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플러스알파가 돼줄 실무 조력자들이 생겨 든든하다는 황 본부장이다. 타사로부터의 인력 영입이지만 기존 팀과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인적 친화도는 높다고 했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겁니다. 절대적인 입지 확보는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회사채 RP 신상 출시 장기적 플랜.."판도 바꿀 것"
 
현재 채권운용본부는 채권운용 1·2팀과 채권상품팀, CM팀 등 4개 팀 39명으로 구성돼있다. 채권상품팀의 중추역할을 하던 황 본부장은 최근의 조직개편으로 본부 수장의 자리를 맡게 됐다.
 
이제 탄탄한 조직을 기반으로 한 수익원 다변화가 당면 과제가 됐다.
 
황 본부장은 ‘크레딧물(회사채) RP(환매조건부채권)’ 신상품 출시를 통해 해당 분야 경쟁력을 더욱 키우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크레딧물 영업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점을 살려 나가면서 포트폴리오 구성도 이전보다 짜임새 있게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설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해온 아이템입니다. RP는 마진이 기본 마진이 중요합니다. 투자자 기대치에 맞게 금리를 높인 크레딧 RP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려 합니다. 상품이 출시되면 분명 시장 판도를 바꿀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RP는 통상 국공채나 우량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하지만 낮은 등급의 회사채를 담보채권으로 담고 훨씬 높은 대가를 준다면 투자자에 만족할 마진을 돌려줌은 물론 시장에 유동성을 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윈윈(Win-Win)이라는 게 황 본부장의 주장이다.
 
올해 부진한 경기와 저금리 기조 등을 감안한 실적회복은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이익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험에 나서는 차원에서다.
 
◇"회사채·기업어음(CP) 규제, 현실성 있게 보완돼야"
 
하지만 진짜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의 회사채 시장이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고착화된 양극화로 회사채 저마다에 대한 시각 차는 엄연하지만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의 불완전 판매가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전체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불신이 확대된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황 본부장은 지난해 STX그룹과 웅진그룹 등 일련의 사태에서 불거진 회사채 시장의 자정노력이 가시화한 가운데 최근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고 더해져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의식은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크레딧 시장이 전체적으로 경색된 상탭니다. 장점이 높은 회사채에 대해서도 투자업계가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죠. 동양그룹도 동양그룹이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동부, 두산, 한진, 현대 등이 제2의 동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이런 심리를 더 키우고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스스로 키운 데자뷰에 대해 지나친 불안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이 회수되면 투자에 방향성도 잡힐 것으로 봅니다.”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마진을 취할 수 있는 크레딧 RP 신상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최우선 과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급하게 나서진 않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활성화를 가로 막는 금융당국의 회사채·기업어음(CP) 규제는 현실성 있게 보완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규제 자체가 불투명한 시장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순기능 역할도 가졌지만 양날의 칼이기도 합니다. 자칫 규제를 앞세운 통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는 논리다.
 
◇24년 한우물.."1순위는 안정성, 운 좋은 신데렐라는 지양"
 
1990년 일은증권 채권부 딜러를 시작으로 여의도 채권시장에 뛰어든 황 본부장은 그로부터 24년 경력 대부분을 채권과 함께 했다. 2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그지만 시장 앞에 온전히 초연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수익의 안정성 측면을 항상 1순위로 둡니다. 위험을 떠안고 1등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평균 수익 이상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죠. ‘운 좋은 신데렐라’는 지양한다는 겁니다.”
 
HMC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 RP 운용 북의 잔존만기(듀레이션)은 0.5년을 넘길 수 없다. 모범 규정 내외에서 타이트하게 관리하며 리스크(위험) 노출을 줄인다는 방침에서다.
 
“내년도엔 특히 본부운용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상황이어서 방향성보다는 차익거래나 스프레드 차익거래 위주의 저위험 거래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올해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토탈 채권 평가손이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년도 보수적인 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수익의 부침을 여러 번 경험한 결과 리스크를 크게 걸어 버는 것보다 덜 벌더라도 덜 걸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프랍(Prop)에서의 리스크 테이킹 기회는 1년에 반드시 몇 차례 주어집니다. 그 시기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일상적으로 매매(트레이딩) 중독과 같은 습관성 매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빈손이 되는 겁니다.”
 
내년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황 본부장은 예상했다. “올해의 경우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에 변동성이 주어졌지만 내년엔 변동성이 줄어들며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봅니다.”
 
황 본부장은 채권운용과 관련해 탐욕과 공포는 ‘독’이라고 했다. “과도한 탐욕은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야기하고 생각지 못한 어려움은 공포로 변질되죠. 공포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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