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시큰둥
업계 "불필요한 중복규제, 시어머니만 8명" vs. 소비자단체 "소비자 권익 보호"
금융당국 내부서도 의견 갈려
입력 : 2013-10-30 13:39:38 수정 : 2013-10-30 13:43:18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의원입법 형태로 감독체계 개편안을 국회에 의안으로 부쳐 내년 6월경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내년중 금소원 신설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업계와 소비자단체 사이엔 의견이 극명히 엇갈린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의 규제·검사를 받는 금융업계는 금소원 신설이 그리 달갑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때로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국회에서도 감독하는데 금소원까지 신설되면 '시어머니'가 8명이 되는 격"이라며 "1년 내내 검사만 받다가 본업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두 금융수장의 '치적 만들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금소원 분리로 금융감독의 '쌍봉'체제가 도입되면 현행 통합체제가 지닌 장점이 사라진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전성과 시장행위 감독의 상충을 이유로 금소원을 분리한다고 상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분리된 두 업무가 단절돼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논의되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기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쌍봉형을 도입한 사례는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관련 소비자 단체나 금융감독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금소원 분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양사태를 지켜봐서 충분히 다들 공감하지 않느냐"며 "소비자 권익 보호에만 전념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는 이해가 충돌해 분리하는 게 옳다"며 "이에 따른 불편은 금융기관이 어느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하부 조직으로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뚜렷하게 목소리 낸 적이 있느냐"며 기존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원구조 해소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금소원을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말 많은 시어머니 3명보다는 똑똑한 시어머니 1명이 낫다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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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