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유동성공급 위주로 바뀌나
입력 : 2009-02-12 15:22:41 수정 : 2009-02-12 15:22:41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림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지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소비, 시중금리 등에 아무런 영향을 못주는 `유동성 함정'에 해당되는 기준금리가 1.5∼2.0%라는 것이 한은 안팎의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추가로 금리를 내리더라도 통화정책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기준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0.25%포인트 인하되는데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준금리 인하에서 유동성 공급확대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통화안정증권을 상환하거나 환매조건부(RP)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국고채를 정부로부터 직접 인수하는 방안도 한은은 검토하고 있다.

4개월만에 3.25%포인트 인하

이번 인하에 따른 기준금리 2.0%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1999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통화정책 목표를 바꾼 이래 작년 9월까지 금리를 3.25% 아래로 떨어트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3.25% 마저도 2005년 11월1일부터 한달간 유지됐을 뿐이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한은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은은 ▲ 작년 10월9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 10월27일 4.25%로 0.75%포인트 ▲ 11월7일 4.0%로 0.25%포인트 ▲ 12월11일 3.00%로 1.0%포인트 ▲ 1월9일 2.00%로 0.50%포인트를 각각 내린데 이어 이 달에도 0.50% 포인트나 떨어트렸다.

4개월만에 기준금리를 3.25%포인트나 낮추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이 4%대 후반인 한국경제로서는 기준금리 1%대는 사실상 `제로 금리'와 같다"면서 "경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중앙은행으로서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있다. 경기가 충격적인 수준으로 추락하는데 중앙은행이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은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상황에 어떻게 반응을 보이느냐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조정 여부는 여전히 열려있으나 속도를 봐가면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 발언은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중에 사용할 `금리인하' 카드를 어느정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동성 함정'에 해당되는 금리까지 곧바로 내려놓는 것은 전략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확대 위주로 바뀌나

이 총재는 금리인하의 대안으로 유동성 확대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원래 금융이 잘 돌아갈 때에는 금리조절을 중시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양적인 수단도 쓴다"면서 "최근 증권회사에 환매조건부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든가, 국채 단순매입에 나서는 것은 단순한 금리정책과는 다른 통화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리 조절에서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중심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양적완화 정책은 기준금리를 더이상 내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는 늦어도 4월에는 거의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양적완화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이후에도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했던, 1990년대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칭하는 말이다.

넓게 보면 한국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로 은행채를 환매조건부(RP) 거래 대상에 넣고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유동성공급 조치를 취한 것도 양적완화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채권안정펀드에 자금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양적완화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새로운 차원의 `묘책'을 내놓겠다기보다는 기존에 취했던 유동성공급의 강도와 범위를 대폭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사실 새로운 방식이라면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매입하는 것인데 그것보다는 필요할 경우 RP 대상을 회사채까지 확대하는 등 기존 유동성공급 대책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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