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공연, 이 맛에 본다
연기.해석에 깊이 더해져..관객 저변 확대에도 기여
극장별 신작 및 스테디셀러 배분 논의는 필요
입력 : 2015-03-03 14:09:31 수정 : 2015-03-03 14:09:3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책에만 스테디셀러가 있는 게 아니다. 연극계에도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재공연되는 스테디셀러 공연이 있다.
 
올 1분기 중 눈에 띄는 스테디셀러 공연은 명동예술극장 제작공연 연극 '유리동물원'과 우수공연 초청시리즈 '여기가 집이다', 배우 신구와 손숙으로 세대교체한 국립극단의 '3월의 눈', 배우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가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택한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등이다. 소극장 외에 중극장 단위에서도 재공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한태숙 연출가의 '유리동물원'이 명동에서 절찬리에 재공연 중이다. 작년 8월 무대화돼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객석점유율 97%를 기록,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제작공연 가운데 인기몰이에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연출을 맡은 연출가 한태숙은 종전 국립극장에서 '단테의 신곡'으로도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공연 직후 연장공연에 돌입하거나 2~3년 내에 재공연되는 경우는 많지만, 6개월이라는 단시간 내에 재공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초연과 재공연 간 시간차가 상대적으로 짧았던 덕분에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는 '유리동물원' 재공연은 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등 지난 8월과 동일한 캐스팅으로 만나볼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 관계자는 "지난해 공연 후 온라인 등을 통해 재공연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올해 지방 공연을 목표로 잡으면서 서울에서 짧게라도 공연하고 내려가기 위해 서둘러 작품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현재컴퍼니의 경우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를 오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연출가 겸 극작가 박근형의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는 2006년 초연작으로, 당시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히서연극상, 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동아연극상 등을 휩쓸었다. 2007년에는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초연 배우들에다 조재현, 이한위, 박철민, 장영남 등이 합류해 평균 객석 점유율 110%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KBS2에서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됐을 만큼 대중성이 입증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수현재씨어터에서 재공연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조재현 수현재컴퍼니 대표의 영향이 컸다. 조재현은 이 작품에 호감을 느낀 나머지 2007년 박근형 연출가를 찾아가 배우로 출연하고 싶다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현재컴퍼니 관계자는 "조재현 대표가 출연했던 작품인만큼 1주년 기념작으로 의미가 있고, 또 누구라도 좋아할 작품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연극계에서 이른바 명작의 재공연이 증가하는 것은 일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연극 관객층이 두텁지 못한 만큼 검증된 작품을 스테디셀러화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이기 때문이다. 작품 내적으로 봐도 재공연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나 인물 해석에 깊이가 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극장이 다양해지면서 스테디셀러 공연 작품 또한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가령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시작한 연극 '3월의 눈'의 경우 원로 배우들이 출연하면서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관조를 담아내며 '3월이면 떠오르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올 3월에는 장소를 옮겨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다만 신작 및 레퍼토리 공연 축적 전략과 관련해 각각의 극장 성격에 맞는 치밀한 계획 확립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작과 재공연의 비율 설정은 어찌보면 극장의 개성과 성격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극장이 공연 프로그래밍을 할 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작품을 올리기보다는 신작과 레퍼토리 구축을 극장 미션에 맞게 어떻게 구성하고 배분한다든가 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표명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나볏

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