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국민과 호흡하는 친근한 건축사로 다가서겠습니다"
조충기 제31대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마을건축가·소규모 주거환경 개선 '표준단가제' 도입, 주거질 향상될 것"
입력 : 2015-09-18 08:00:00 수정 : 2015-09-18 08:00:00
건축가(建築家)는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단순 직업 분류라기보다는 건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칭한다. 건축사(建築士)는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 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사람이다. 이 면허가 있어야 건축법 및 건축사법에 규정된 각종 건축 행위를 할 수 있으며 특히 건축사의 서명 날인이 있는 설계도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건축가와 건축사의 사전적 의미 차이는 면허의 유무다. 하지만 건축가가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자라면, 건축사는 거기에 '공공성'과 '공익성'까지 더한 이라고 보면 된다.
"건축 쪽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공공적 지식이나 재산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건축사다. 국민의 이익이나 공공성이 없다면 건축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조충기 신임 건축사협회장을 만났다.
 
그는 '건축사가 우리의 삶을 디자인한다'는 50주년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새로운 50년을 향해 나아가는 선봉장 역할과 함께 '친근한 건축사'가 돼 국민과 호흡을 같이 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3월 취임했다.
 
- 대한건축사협회를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건축사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주고 건축사 역할을 잘 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협회다보니 건축사등록원, 건축사교육원, 건축사실적관리 등 정부위탁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게 주가 아니라 건축사가 건축사답게 일하고 인정받도록 지원해주는 모임, 단체다.
 
- 올해 봄 협회 창립 이래 첫 직선제 회장으로 취임했다.
 
다른 것보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간선제 일 때는 회장이 누군지 조차 모르는 회원들이 많았는데, 이번 투표율이 80%를 넘기면서 전 회원이 회장을 안다고 해도 무방하다.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돼 있다 보니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되더라. 물론 직선제고 회원들의 관심이 많다보니 말에 파괴력이 있더라.
 
- 올해가 협회 창립 50주년이다.
 
지금까지는 건설 중심의 압축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건설업을 장악하는 새로운 50주년이 될 것으로 보고, 또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영국 등 유럽에서는 건축을 산업으로 보고 있다. 100억원짜리 일을 수주하게 되면 설계로 5억원을 번다고 생각하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5억원짜리 설계를 수출하게 되면 100억원짜리 일이 따라가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가령 설계를 수주했다면 설계자가 선정한 자재가 따라가야 하고, 설계자가 선정한 시스템과 기술이 도입된다. 설계를 수입한 그 나라의 노동력을 제외한 모든 것이 설계자의 의중대로 되는 것.
 
이제 해외진출 전략으로 거듭나려면 국내에서 건축에 대한 퀄리티를 키워야 한다. 물량으로 막 짓던 시절이 지나고 '품질'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마을건축사'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 '마을 건축사' 얘기를 좀 해 달라.
 
일단 건축사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설계하고 허가만 하고 끝나는 것으로 좁게 인식되고 있는데 이건 건축사가 아니다. 건축사는 초기의 해당 건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설계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시공비는 얼마나 필요할 지, 유지비는 또 얼마가 들어갈지, 융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건물에 대한 많은 일들을 협의해 주는 것이 건축사다. 말하자면 건축 모든 과정의 매니지먼트라고 할까.
 
건축물의 생성부터 멸실까지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이들이 동네 의원처럼 사람들과 가까이 있고 그들과 함께 호흡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 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생애주기를 조정하다보니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성, 지역성, 문화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이 더 고유의 색을 낼 수 있는 셈.
 
 
조충기 제31대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사진/김용현 기자
 
 
- 국민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최근 국민들이 대대적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아닌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의지할 곳이 없다. 협회 입장에서 보면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발생해 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꾸로 바가지를 쓸 수도 있는 것. 욕실을 고치는데, 만약 협회가 이런 재료를 써서 공사를 하면 100만원이 든다고 알려주면 국민들이 기준을 잡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다양한 가격정보를 수집해 실적공사 DB를 구축, 공사별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 중이다. '표준시장단가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의 주거 질이 향상될 것 같다.
 
- '국민과의 호흡'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 같다.
 
건축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건축물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데다 건축법의 기본은 국민의 안정성과 건강에 관한 것이다. 거기서 건축사는 기획·계획·설계를 하고 시공할 때 감리를 하고 준공을 하고 유지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 당연히 공공성을 띄어야 하지 않겠나.
 
문제는 사람들이 건축사를 모르고 건축을 모른다. 단순 감리자인 줄로만 인식돼 있다. 그러다보니 협회 입장에서는 국민과의 접점을 늘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회공헌활동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건축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 임기 중에 역점을 두고 있는 아젠다가 있다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법 제도 개선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 품질관리, 안전관리, 시공관리 등 시공 쪽에서 해야 하는 일을 건축사가 하고 있다. 미국의 인스펙터제도와 같은 이 일은 시공업체가 해야 하고 법이 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사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이긴 하나, 시공 측에서 제대로 된 재료를 쓰는지, 안전하게 시공이 되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고, 법이 정해 둔대로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또 하나는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건축주한테 예속된 감리가 아니라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감리제도로 바뀌어야한다. 건축법은 실제로 관공서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허가권자는 정작 건축물 관련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작 책임은 건축주가 고용한 감리자가 고스란히 책임을 지게 된다.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시공업자는 그저 짓고, 수익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럼 감리를 잘 보면 되지 않냐는 얘기를 한다. 가령 감리를 잘 보는 이를 고용하면 평당 공사비가 500만원 들고, 감리를 대충하면 300만원이 든다고 하자. 그러면 건축주가 과연 감리 잘 하는 건축사를 고용할까? 법 제도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가격을 제시해두고 건축사 윤리를 잣대로 지적을 한다. 윤리는 법적 테두리가 있는데도 안 지켜질 때 나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건축주가 아닌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게 되면 제대로 된 감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설계비부터 깎고 보자는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 '건축서비스를 위한 발주 및 계약제도'가 있다. 설계가 마음에 든다면 이 아이디어를 갖고 시공입찰에 나선다. 이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결과물이니까 단가경쟁을 하지 않는다. 시공단가로 조절하는 셈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되는 사람을 붙잡고 경쟁을 시킨다. 아이디어가 100원인데 이걸 깎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제도 아래에서 성장한 건축사가 세계적인 건축사가 될 수 있겠나. 말로만 세계적인 건축사가 나와된다고 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뒷받침을 해줘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년 마다 대한민국 건축사대회를 열고 있다. 평균 5000명가량 모이는 상당히 큰 규모다. 작년엔 경북 구미에서 했고, 내년에는 인천에서 10월 개최될 예정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건축산업대전이 열린다. 건축사들이 많이 가면 박람회에서 선보이는 재료들이 건축사들이 쓸 수도 있고 업계에서는 꽤 관심이 크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에서 건축을 언급했다. 대대적인 공식석상에서 '건축'을 얘기한 최초의 대통령인 만큼 내년 대회에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통과로 건축업이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받은 셈이니,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나라 건축이 급진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충기 회장은 마을건설사와 소규모 주거정비환경개선을 위한 '표준단가제' 도입 등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건축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용현 기자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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