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는 중기업계 “더 이상 대기업 편향정책 안 돼”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재검토 요구…“재벌 2~4세 골목상권 머니게임 길 열어줄 것”
입력 : 2016-06-23 16:10:21 수정 : 2016-06-23 16:10:21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중소기업계는 23일 최근 정부의 대기업집단 기준 5조원에서 10조원 상향이 대기업 기득권만 강화시킬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또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대마불사’식의 무조건적 지원은 안 된다”, “시장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최된 ‘2016년 중소기업리더스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편향적이고 영세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경제정책을 경계한다”며 각종 현안에 대한 업계 입장을 발표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최된 ‘2016년 중소기업리더스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가장 먼저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신사업 투자활성화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의 기득권만 강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확대의 길을 터준 것으로 변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기준이 상향되면 기존 65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이 중견기업이 된다. 상호출자·순환출자 제한에서 벗어나고 은행 자금 지원도 쉽게 받을 수 있다”며 “문제는 대기업의 2~4세들로 이들이 모기업 지원을 받아 쉽게 골목상권에 들어와 ‘머니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보완 장치 없이 그냥 열어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화두인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시장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1년에 80~90만개가 시장에서 퇴출되는데 왜 대기업들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지원해 살려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부실대기업에 대한 ‘대마불사’식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 대기업에 투입할 수십조원을 신산업과 중소기업, 청년 창업가들에게 지원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들도 많은 피해를 보겠지만 도려내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승격 ▲중견기업 정책 산업통산자원부 이관▲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 및 권한 강화 ▲생계형 업종의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 ▲소상공인 현실을 감안한 김영란법 시행 개정 ▲대기업 노동자 임금 5년간 동결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와 같은 입장을 정부 관계부처와 국회 여야 각 정당에 전달해 협조를 요청하고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사회 구성원 간 이중구조와 갈등을 심화 시키는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친화적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IMF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했지만 그 결과 한정된 자원이 대기업에 집중돼 중소기업과의 격차만 커졌다”며 “그런데 최근 정부 동향을 보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에 관심이 높은) 20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했고, 내년에 대선이 있다. 지금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현장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길 염원하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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