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마수 뻗친 김기춘식 공작정치
박근혜정권-김기춘, 삼권분립 헌법질서 정면 유린
"최순실 모른다" "김영한 전 수석 업무수첩 모른다" 거짓말 가능성 높아져
입력 : 2016-12-15 19:05:13 수정 : 2016-12-15 19:05:13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폭로로 박근혜정권의 사법부 공작정치 의혹이 또 한걸음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부 길들이기 중심에는 청와대 ‘왕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있고, 전방위로 이뤄진 사법부 개입으로 헌정질서는 철저히 유린됐다.

2014년 박근혜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한 ‘정윤회 문건’이 폭로될 당시 세계일보 사장으로 있던 조 전 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이 “보도되지 않은 8개 파일이 굉장히 폭발력 있다고 들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게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하나 알려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2014년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당시 지법원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이라든지, 대법관 진출 운동이 포함돼 있다”며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증거다. 헌정질서를 문란케한 중대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의 증언으로 입법·사법·행정부로 나뉘는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이 정면으로 유린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는 사법부 공작정치 및 헌정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청와대의 사법부 공작정치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통해 이미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201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작성된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법원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상고법원으로 협상을 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을 주문하며 법원 길들이기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해온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24일 JTBC를 통해 공개된 이른바 ‘최순실 파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도 포함돼 있는데,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사법부에도 관여하려고 한 시도로 해석됐다. 그 연결고리 역시 김기춘 전 실장이이었다. 업무수첩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고 강조하며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청문회에서 “비망록(업무수첩)을 직접 본 적도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가 없다”며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도 가미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뺌했다. 청문회 내내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던 김 전 실장은 청문회 시작 12시간가량이 지나서야 "최순실 이름을 못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박영선 의원이 김기춘씨가 박근혜대선캠프 법률자문위원장을 역임하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TV토론회 영상을 증거로 들이댄 직후였다. 조한규 전 사장은 전날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 한 것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 2014년 9월22일자에는 김 전 실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비판한 김모 부장판사를 직무배제 하도록 강구할 것을 지시한 의혹이 담겨 있다. 실제 김 판사는 2개월여 후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2개월 정직 처분을 당했다. 9월4일자에는 ‘법원 영장-당직 판사 가려 청구토록’이라고 쓰여 있다. 강문대 변호사(민변 사무총장·사법연수원 29기)는 “주말에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당직 판사들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는 청와대가 당직 판사의 명단과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치로 법원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사법부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도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야권 인사 고소·고발 등을 조작한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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