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청년상인 살려야 전통시장 산다
입력 : 2017-11-06 06:00:00 수정 : 2017-11-06 06:00:00
처음 가 본 전북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전통시장 2층에 만들어진 청년가게들은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각양각색의 상품들로 채워졌다. 가게 하나하나가 이색적이고 새롭다보니 구경할 맛이 있었고 지갑도 쉽게 열렸다.
 
몇 달 전 가 본 해방촌 신흥시장도 별천지였다. 겉으로 망해가는 것만 같은 신흥시장 외관을 처음 접했을 때 ‘잘못 찾아온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빈 점포는 청년 예술가들과 청년상인들이 고치고 칠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꿨고, 이는 해방촌 신흥시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탄생시켰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은 최근 가장 ‘핫’한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다. 주 소비층인 20~40대가 대형마트나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며 전통시장은 점점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액)가 떨어지고 있다. 상인들의 나이대가 올라가고 빈 점포가 많아지고 있지만, 부설 주차장, 시설 개선공사, 상인대학 운영 등의 활성화 대책은 각각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거대한 실업난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통시장 빈 점포를 제공하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으로 2015~2016년 전국 전통시장에 문 연 청년상인 396명 가운데 28.8%인 114명은 폐업하고, 3.8%인 15명은 휴업해 267명만이 현재 영업 중이다. 생존율이 67.4%로 3명 중 1명은 문을 닫은 셈이다. 광주 무등시장, 창원 부림시장, 서울 금천 대명여울빛거리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은 처음 문 연 청년상인 가운데 각각 1개 점포만이 현재 영업 중이다.
 
전통시장 청년상인이 실패할 경우 청년상인 개인과 전통시장 모두에게 쓰라린 상처를 남긴다. 일부는 청년상인과 기존 상인들이 적응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마찰을 빚기도 하며, 청년상인이 사업성을 갖추지 못해 폐업한 이후 다시 빈 점포가 되면서 전통시장 공동화 속도를 앞당기기도 한다.
 
문제는 모든 자영업자가 실패할 수 있듯이 청년상인들 역시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행사 지원하듯이 단순히 사업 초기 청년가게 개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당연히 지원기간이 끝난 후 청년상인들이 버틸만한 체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열정과 아이디어가 충만하더라도 사업경험이 일천한 만큼 이들을 청년상인들로 정착시키려면 청년상인 선정과정부터 개점 이후 상당기간까지 시장 분석, 사업계획서 작성, 고객 응대요령, SNS·바이럴 마케팅 등 전반적인 컨설팅과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 정릉시장에는 지난해 10월부터 문 연 4명의 청년상인들이 지금도 성업 중이다. 수제청, 파스타, 빵, 사탕 등을 내세운 청년상인들의 성공 비결에는 서울시와 컨설팅·교육기관의 꼼꼼한 지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소통과 전문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존 상인들과 살갑게 지내고 서로의 상품을 구매하며 ‘시장사람’이 됐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개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메뉴 개발에 힘써 다른 가게와의 차별성을 키웠다.
 
어느 청년상인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그들이 실패를 경험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전통시장 역시 실패할 수 있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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