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 부회장 "어려운 상황…힘내서 삼성의 저력 되찾자"
30일 오전 9시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 내
주요 메시지는 '삼성이 잘하겠다. 변화하겠다.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
입력 : 2024-05-30 09:05:57 수정 : 2024-05-30 16:33:0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을 맡은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30일 취임사 메시지를 내고, 내부 조직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취임사에는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다. 다 같이 힘을 내서 삼성의 기술력과 저력을 다시 되찾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술 혁신과 관련해 반도체 기술 초격차와 미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동시에 '나부터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입니다.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취임 메시지를 소속 임직원들에게 전하며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DS 부문장에 취임한지 9일 만에 내놓은 메시지입니다. 취임 메시지에는 '삼성이 잘하겠다. 변화하겠다',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 '조직원 모두 노력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진=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며 "최근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로 돌아오니 너무나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라며 "그 사이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또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인공지능(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원투수' 나선 전 부회장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합니다. 우선 기술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도권을 놓친 점은 실기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HBM 5세대 제품인 HBM3E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하고 고객사를 확보하는게 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인 AMD가 AI 반도체에서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쇄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은 실적 부진 시기를 거치며 임원 주6일 근무 확대, 네트워크사업부 경영 효율화 등을 조직 쇄신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습니다.
 
노조 리스크도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사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삼노가 DS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만큼 전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기도 용인의 기흥캠퍼스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났으나 삼성전자가 하루가 지난 뒤에야 이를 인지한 것 등도 악재로 꼽히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전격 교체했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키 위해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2017년 삼성SDI의 대표이사를 맡다가 지난해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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