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시총 5배?…의문만 커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야 "시추 성공률 20%, 꺼꾸로 보면 실패 80%"
액트지오, '세계적 기업'이라더니…1인 기업
입력 : 2024-06-05 17:55:05 수정 : 2024-06-05 22:20:36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가 광구 유망성 평가 등 자문을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가스 탐사 작업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깜짝 발표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 일대의 석유·가스 탐사자원량이 '최대 140억배럴'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탐사 시추 성공률 20%는 높은 수치"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지만, 야당은 투자 금액 대비 실패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석유 프로젝트의 정밀 분석 등을 의뢰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 실체 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5일 정부와 관계 부처의 말을 종합하면 프로젝트명인 '대왕고래'는 구조의 명칭입니다. 구조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선 주로 바다 생물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했던 2004년 동해가스전의 구조 명칭은 '고래'였고, 이번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구에 걸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왕고래'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정부는 대왕고래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2200조원 안팎)에 달하는 석유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유전이 없는 지역에서 성공 확률이 20%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20%란 수치는 추정치에 불과해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첫 탐사 시추가 시작된 후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①미 액트지오 신뢰성 
 
정부의 발표가 있던 날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석유 탐사를 했던 기업의 이름과 업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심해 전문기업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홈페이지에 본사 주소는 휴스턴에 있는 주택이었습니다. 또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기업 정보에 따르면 직원은 1명입니다. 일각에선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나서서 '세계적' 회사란 호칭을 쓰기에 적합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해당 주소지는 지역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7000여달러의 임대 매물로 나와 있어 의구심을 더하고 있습니다. 
 
또 이상한 점은 전형적인 1인 기업으로 연방 정부에 보고된 연평균 매출은 2만7701달러(한화로 약 3800만원)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정보사이트(zoominfo)에서 확인한 지난해 연간 매출 530만달러(한화로 약 72억원)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랐습니다. 홈페이지 등에 다른 사업을 진행한 흔적이 없는 점을 미뤄볼 때 지난해 매출은 한국 '대왕고래' 영향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매장량과 경제성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맡겨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시추 성공률은 20%이며 동해안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수치는 국내서 1년에 소비하는 석유량이 9~10억배럴이란 점을 미뤄보면 엄청난 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최소 5개를 뚫어봐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최소 비용은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시대에 엄청난 비용으로 석유를 채굴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석유가 채굴된다고 해도 10여 년 후인데, 그때 석유의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권오성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말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WEO 2023)에서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2022년(96.5Mb/d) 대비 최대 75% 감소(24.3Mb/d)할 것으로 전망해 경제성은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③석유공 잔혹사
 
윤석열정부에서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과거 박정희정부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당시에도 포항 영일만 인근에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거액의 돈을 들여 시추공 3개를 뚫었지만 2공구에서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했고, 사후에 경유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발견 지점 인근에서 원유로 추정할 수 있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석유공사의 실패는 이뿐만 아닙니다. 이명박정부에서 내세웠던 '자원 외교'에 발맞추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거액의 투자 손실과 부채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석유공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 자원개발 캐나다 하베스트를 비롯한 7곳의 법인에서 4조7316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그렇게 10년간 18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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