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열풍 시들…또 자영업자 비극
입력 : 2024-06-18 14:58:06 수정 : 2024-06-18 17:35:37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 "현재 탕후루 장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보통 일 평균 50만원 초반에서 정말 잘 됐을 때 94만원까지 찍었네요. 탕후루 배워보고 싶으신 분은 소정의 전수비용만 받고 알려드리겠습니다." (2023년 5월 28일,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 
 
# "탕후루 유행 시작될 때 매장 오픈해서 운영중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 오픈하고 월세가 1000만원인데도 매출 고민해본적이 없었는데 최근 타격이 진짜 크네요."(2024년 5월 3일, 동일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B씨)
 
탕후루 열풍이 점차 잦아드는 모양새입니다. 과일 가격이 치솟은 것은 물론 10·20 세대의 관심이 사그라들면서 탕후루 자영업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소상공인 커뮤니티에는 탕후루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시물이 속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부쩍 자영업자들의 하소연 섞인 게시물만 올라오는 등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3일까지 탕후루 이름을 내건 업체 중 폐업한 곳은 118건에 달합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한 72건을 이미 넘어섰는데요. 
 
매출도 줄었습니다. BC카드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탕후루 가맹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탕후루 가맹점 매출액은 지난해 9월 최대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탕후루 가맹점 매출액은 전달 대비 28% 감소했는데,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폭입니다.
 
탕후루의 인기가 급속히 시들해진 이유로 어린이·청소년 건강 문제가 꼽힙니다. 과도한 설탕 섭취에 따른 경각심인데요.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설탕 과다 섭취 논란으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습니다. 과일 가격 인상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0.4%, 귤 67.4%, 포도 37.1%, 체리는 28.3% 상승했습니다. 원재료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치솟는 월세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개업한 탕후루 가게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경기도 29%, 서울 17%, 인천 7% 등 수도권에만 총 53%가 몰려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탕후루 외 다른 품목까지 같이 취급하며 영업 전략을 바꾸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매장을 커피숍, 중식전문점 등으로 등록하며 다른 품목을 같이 판매해 줄어드는 탕후루 매출액을 상쇄하려는 전략입니다.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딸기 전문 박람회 ‘2024 서울 스트로베리 페스타’에서 부스 관계자가 탕후루 등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쟁·물가 압박…예고된 비극
 
특정 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폭발적으로 개업했다가 급속도로 폐업하는 현상은 처음이 아닙니다. 대만 카스테라와 흑당 버블티 등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매장이 급증했지만 인기가 차츰 식으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했죠. 특히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디저트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탕후루처럼 1~2년 사이 유행에 그치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밴드웨건효과라고 볼 수 있다"며 "즉 편승효과인데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주관이나 철학없이 남들이 유행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식의 운영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유행에 그쳐 버리는 게 이들 상품들의 특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사업 진전이 없다면 빠른 정리가 오히려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 주된 소재 중 하나가 소비인데 특히 음식의 경우 SNS에 올리기엔 재미가 없는 부분이 다소 있다"면서 "특징이 좀 새로워야 하고 소비 디저트의 트렌드 주기가 짧은 만큼, 변화를 주지 않으면 주저 않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짝 뜨는 탕후루 같은 유행아이템을 구매하는건 사실은 맛이 아니라 '나도 먹어봤어'라는 경험치 때문에 구매하는거다"라며 "경험하고 체험하는 부분을 소비하는건데, 이들의 특징은 영속성이 별로 없다는거다. 물론 나머지 시장수요가 있는 만큼, 한 두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애초에 시작할 때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한다면 이는 트렌드를 잘못 읽고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으며, 폐업자 수는 전년 대비 11만1000명 늘어난 91만1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개인사업자들은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카드론으로 몰리는 모습인데요.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잔액은 36조9805억원으로 이는 한 달 전(36조5026억원)과 비교해 4779억원이나 늘어는 수치입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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