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에너지 쇼크)①'구원투수' SMR...경제성·환경성 '물음표'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 해법으로 'SMR' 대두
SMR, 대형 원전보다 많은 방사선 폐기물 생성
높은 발전단가도 문제…"대형원전 대비 2~3배 늘 것"
입력 : 2024-07-17 06:00:00 수정 : 2024-07-17 11:29:46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의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처럼 말하고 반응하는 생성형 AI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생성형 AI 가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역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AI 운영을 위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전력 먹는 하마’로 통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원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소형모듈 원자로(SMR)를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판단하고 SMR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확대 및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SMR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과 안전성 등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SMR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29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SMR…세계 각국 경쟁 본격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의 특정한 요구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는 생성형 AI 출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확대 흐름 속 전기 쟁탈전 역시 시작됐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반 구글 검색의 경우 0.3와트시(WH)가 소비되지만, 챗GPT와 문답할 경우 2.9WH의 전력이 소비됩니다. 
 
여기에 전력 사용이 늘수록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구글이 발표한 연례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023년 온실가스를 1430만톤 배출했습니다. 전년보다 13%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에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를 100%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구글의 목표에 차질이 생길 전망인데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낮추겠다’는 국제조약 ‘파리협정’에 위배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이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면서 SMR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SMR의 원자로 설비는 압력용기 안에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데요. 전기 출력은 300MW 이하 규모입니다. 또 SMR은 탄소배출 감축과 안정적 전력공급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은 구조라 도시나 산업단지 등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송전망 설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SMR이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면서 어느 국가가 먼저 SMR 시장을 선점할지 이목이 쏠리는데요. 현재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국가에서 약 80여 종에 달하는 형태의 SMR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SMR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았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대만은 탈원전 목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궈즈후이 경제부장(경제장관)은 지난 7일 대만 야후TV 인터뷰에서 ‘필요한 전력에 원자력도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모두 필요하다”고 답하며 SMR 개발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국내 역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이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며 원전 시대로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1일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 SMR 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신규 건설이 전기본에 포함된 것은 지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 2022년 3월 17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일본 북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16일 밤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원자력 발전소 수조 냉각기능이 한때 정지됐다. (사진=뉴시스)
 
SMR 추진에 우려 목소리"경제성 갖출 가능성 없어"
 
이렇듯 최근 SMR이 미래 전력원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SMR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미국의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보고서를 통해 “SMR은 비싸고, 위험하고, 불확실하다”라며 “뉴스케일이 2001년부터 개발해 오고 있는데 2029년 상용화가 목표인데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도 없다. 건설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핵발전이라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SMR 설계업체인 미국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2020년 50WH 설계를 조건부로 미국 원자력규제 위원회의 인증을 받았지만, 높은 전력 단가로 사업이 좌초된 바 있습니다. 또 SMR의 경우 원전이 작아지면서 안전 설비 또한 축소된 까닭에, 안전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기술이 요구되면서 발전 단가가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공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대형 원전보다 소형 원전이 더 저렴해질 수 없다”라며 “(규모가 줄어드니) 절대 액수는 줄어들겠지만 발전 단가는 2배, 3배 늘어날 것이다. 그런 전기를 구매할 사람이 있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SMR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데다, 설비 용량이 커질수록 단위 발전량 당 건설비가 적게 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도 경제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힙니다. 프랑스의 에너지 환경 자문 단체인 E&E 컨설턴트은 ‘SMR, 핵산업계의 새로운 신기루’ 보고서를 통해 “SMR은 대형 원자로의 높은 비용과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초기 개발 및 구축 비용이 상당히 높으며, 규모의 효과로 이러한 비용을 낮추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태양광 발전 비용이 연 15%씩 감소하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에서 굳이 더 비싼 원전을 지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석 위원은 “미국 상용 원전 시장이 이제 끝났기 때문에 미국 원자력위원회에서 분리된 미국 에너지부의 원자력국의 설립 취지도 끝났다. 그런데 모든 조직의 생리상 유지와 확대 재생산을 추구하면서 경제성과 상관이 없는 SMR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SMR 개발을 추진하자 국내에서도 이 추세에 참여하겠다는 취지”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SMR의 경우 크기가 작기에 열밀도(단위 부피당 나오는 열의 양)가 대형 원전의 70~80%수준으로 낮아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경우, 대형 원전보다 핵연료가 더 들어가는데요. 이 때문에 기존 대형 원전보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선 폐기물을 더 많이 생성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22년 미국립과학위원회보에서 SMR의 크기가 작아 핵분열 과정에서 더 많은 중성자가 튀어나오며 방사성 폐기물을 양을 2~30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빛 원전 내 저장시설은 78.7% 포화됐으며, 2030년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와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현재 방사능 폐기물은 연못에 있거나 밖에 나뒹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의 30배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처분장도 없고,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도 없으니 (SMR 개발 추진에) 누군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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