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김태규, '방송장악 청문회' 출석…"공영방송 이사 선임, 탄핵사유 안돼"
국회 과방위, 14일 2차 청문회…강대강 대치
이진숙 "탄핵 심판 중…직무 관련 말하는 것 부적절"
입력 : 2024-08-14 17:25:45 수정 : 2024-08-14 17:25:45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여야가 14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첫날,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강조해 온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단행했는데요. 이에 야권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의 위법성을 검증하기 위해 청문회를 3차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재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열린 1차 청문회에 불참했지만 이날 열린 2차 청문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야권과 대치했는데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회의는 공개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영방송 이사 선임 자료 제출 요구에 "권한 없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이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기 전 김 직무대행과 함께 ‘2인 체제’로 비공개 전체회의를 개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당시 이 위원장은 1시간 30여 분 만에 친여권 성향인 방문진 이사 6인과 감사 1인을 임명하고 KBS 이사 7인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습니다. 
 
방통위는 5인 체제의 합의제 기구인데요. 야권은 2인 체제에서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안건 의결은 위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는데요.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속기록과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초지일관 “답변할 수 없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에게 “회의록이 존재하는데 제출이 불가한가”라고 질의했는데요. 김 직무대행은 “제가 (회의록을) 처리할 권한도 없고,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부존재하는 거나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위원은 사실상 방통위 사무처장이나 기조관, 심지어 주무관과도 별 차이 없다. 주무관이 못 주면 저도 못 주는 상황”이라며 “위원회에 명령해야 하지만 권한이 없어서 (답을) 못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 참석한 이 위원장 역시 방문진 이사가 선임된 과정에 대한 질의에 “법과 원칙에 따라서 선임을 했다”라며 “저는 탄핵 심판 중이고, 제 직무와 관련해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답변만 수 차례 반복했습니다. 
 
아울러 "방문진의 경우 이달 12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사 선임은) 우리가 부여받은 임무 중 하나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선임했다"라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과방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 증언을 거부해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는 근거로 김 직무대행을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제15조에 따라 고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반면 여권은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을 옹호했습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의결이 잘 됐다는 2021년에도 의결하는 데 (각각) 8분, 33분이 걸렸다”라고 두둔했는데요. ‘2인 체제’를 만든 데에는 국회 몫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야당의 책임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던 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오른쪽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건방 떨지 말라"…태도 놓고도 여야 설전
 
이 위원장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신경전은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날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위원장은 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뒤 인사를 하지 않으면서 불쾌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또 “(방통위) 사무처장을 포함해 심지어 과장급까지 여기에 불려 나와서 본인들이 답변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 (답해야 했다)”라며 “비유지만 거의 고문 받는 듯이 하는 것을 보고, 제가 나오면 최소한 그 시간만이라도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직무대행의 태도를 둘러싼 설전도 이어졌는데요. 김 직무대행은 청문회에서 팔짱을 끼거나 웃음을 짓고, 얼굴을 비비는 모습 등을 보였는데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금 웃고 계시는데 작태를 제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김 부위원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본인 심의, 의결에 아직도 당당하신가. 그렇게 뚝딱 다 해치웠나”라며 언성을 높였는데요. 이에 김 부위원장은 “잘 들리니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쳤습니다. 그러자 노 의원은 “톤 조절은 내가 한다”라며 “건방 떨지 말라”고 격분했습니다. 
 
최 위원장의 지적까지 이어지자 김 부위원장은 “얼굴 비비는 것까지 뭐라고 하시면 (어떡하냐). 팔짱은 바꾸겠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야권은 오는 21일 예정된 3차 청문회와 별도로 방송장악 관련 국정조사도 추진 중인데요. 여야 및 방통위원장 간의 강대강 충돌이 장기화하고 격화될 전망입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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