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실상 사퇴 수순
고령 논란 속 또 코로나19 확진…당내 후보 사퇴 요구 다시 분출
입력 : 2024-07-18 15:51:09 수정 : 2024-07-18 18:04:0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손에 마스크를 든 채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인사들의 후보 사퇴 압박으로 수세에 몰린 데 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유세를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모든 일정을 취소하게 된 것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의학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출마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①바이든 조건부 사퇴 시사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케이블방송인 <BE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완주 의사를 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나에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이라고 답했습니다. 재선 도전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가 되면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조건부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물러나기 꺼려진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당내 사퇴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했던 것에 비하면 입장이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포함해 대국민 연설과 의원들과 접촉 등을 통해 강력한 완주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②코로나19 확진
 
악재는 계속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세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날 격전지인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유세를 재개했으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하루 만에 유세 일정을 멈춰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건강 이상 시 완주 의사를 재고할 수 있다는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바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유세를 취소하게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격전지 유세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당 안팎의 사퇴 요구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오히려 고령에 의한 건강 논란이 더욱 증폭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증상이 가벼우며, 자택에서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일대일 TV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20명 바이든 사퇴 촉구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잠시 주춤했던 민주당 내부의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목소리도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피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습니다. 지금까지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하원 의원은 20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도 후보 사퇴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화상 대의원 호명 투표를 오는 22일부터 진행하려 했지만, 8월 첫째 주로 연기했습니다. '조기 후보 확정'에 반대하는 당내 의견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간 동안 민주당 내부의 후보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④42대 18
 
민주당 내부뿐만 아니라 미국 유권자들의 후보 사퇴 요구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1~15일 미국의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65%가 후보 사퇴를 지지해 바이든 대통령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최근 나온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한 응답이 높았습니다. AP 통신 등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유권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다는 응답은 18%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사퇴 시한은 이달 말까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19일 전당대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중에 사퇴 결심을 하지 않으면 8월 중에는 결심을 해도 힘들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연기하지 않는 한 보름 남짓한 기간에 대체자나 후계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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