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지기' 이철우 "중도지향 잃었나" 대 '실세' 김태효 "중일마"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 '친일 논란'에 정반대 인식 드러내
입력 : 2024-08-20 15:36:07 수정 : 2024-08-20 15:36:07
지난 2021년 6월 9일,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상태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친구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의 '대일본 정책'과 '친일 성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정반대 인식을 드러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지난해 3월 일본 정부가 책임을 부인하는 데도 '3자 변제안'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는데요. 최근에도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이 '강제동원 명시'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등재에 찬성하고 국가정체성을 상징하는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뉴라이트성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논란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윤 대통령의 멘토로 유명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용산 (대통령실)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광복회가 광복절 기념식을 정부와 별도로 개최하고 여기에 민주당 등 야당이 동참하는 '역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철우 "윤 대통령, 검찰총장 땐 강제징용 배상판결 정당성 강하게 주장"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57년 지기(대광초등학교, 서울법대 동기)로 유명한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 비판에 가세하면서 '역사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국적법 전문가인 이 교수는 19일 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라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해외에서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찾아주자는 운동이 벌어져 2005년 국적법 개정안이 제출됐는데 국회 법사위에서 '그분들은 국적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국적을 찾아드릴 필요가 없다'는 검토 보고가 나왔다"면서 "그분들은 조선 국적 또는 1919년 선포된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게 대한민국과 국회의 공식 입장이다. 다른 직책이라면 몰라도 독립기념관장 후보자가 이를 몰랐다는 건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대한민국이 북한에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지났다고 해서 헌법의 영토 조항을 망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국제적으로 불법 강점 전후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을 주장하는 예가 많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교수는 "취임 전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어땠나"라는 질문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2018년 강제징용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나오기 직전에 함께 친구 모친상 조문을 갔다가 내가 '청구권 협정 해석상 청구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하자 대통령이 정색하며 배상 판결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내는 건 불가피하다"고 긍정 평가한 뒤 "그러나 일본과의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국가의 역사적 자기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일본의 비위를 맞추며 무슨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걸, 굴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친일몰이'를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도 지향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 무효'라는 대한민국의 일관된 기조를 분명하게 밝혀 모든 논란을 없애길 바란다"고 충고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 한미일 협력 성과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효 "과거 논쟁 벗어나 미래 담론으로 변환, 그게 일본 이기는 길"
 
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는 16일 지난 <KBS>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행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에서 따온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라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공식적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고, 그러한 사과가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한·일, 한·미·일 관계가 대한민국 기업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는 여러 혜택과 기회요인들을 함께 평가해야 된다"고 엄호했습니다.
 
김 차장은 다시 18일 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의 한·일 협력 추진과 관련해 "일본의 호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질문에 "2015년 군함도 합의 때는 일본이 '강제성' 표현을 했는데, 전시·추모 약속을 저버렸다.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전시물을 전시하도록 만들었고, 올가을 1차 추모식을 한다는 확답을 다 받은 상태에서 2015년에 했던 말을 계승한다는 합의를 이끌었다. 과거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두 가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야권 등에선 '친일 정부'라고 한다"는 질문에도 "과거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 담론으로 변환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것이 더 큰 그림에서 일본을 이기는 길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뉴라이트' 출신인 김 차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년 3개월 만에 국가안보실장이 세 번째 교체되는 중에도 윤 대통령의 신임 아래 줄곧 자리를 지키면서 이 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 실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김 차장의 노선이 윤 대통령의 대일정책과 뉴라이트 인사 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훈부, 별도 광복절 기념식 관련 광복회 '내부 감사' 검토
 
이런 가운데, 국가보훈부가 광복회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조선>은 지난 19일 "광복회 별도 기념식에서 대통령 퇴진 주장까지 나왔다"며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부가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따지기 위한 감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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