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심우정 검찰’이 개막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2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돼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심우정 총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가시밭길이 놓여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검찰개혁·검사탄핵을 놓고 야당과의 갈등 등 숙제가 산적해 갈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숙제 산적, 갈 길 '첩첩 산중'
심 총장은 19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갖습니다. 심 총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16일 공식 임기에 따라 업무를 이미 시작했으며, 18일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도 받았습니다.
심 총장의 우선적 과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최종 처분과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 등입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냈고, 앞서 지난 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서도 무혐의로 결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가 한번 더 남았습니다.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는 2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마지막 수심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치권의 요동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심 총장에게는 첫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부담입니다.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서울 종로구 자택과 제주 별장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영장에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 항공사에 전무로 채용돼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 800만원, 서씨 가족의 태국 이주비 지원금 등 2억2300여만원을 뇌물로 판단한 겁니다.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자 민주당에선 검찰을 향해 ‘정치검찰’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심 총장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김 여사처럼 시세 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 손모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에서는 김 여사가 해당 주식거래에 연관성이 높은 정황 등이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수사에서 ‘항소심 판결 이후’를 강조했습니다. 전주 손씨와 유사한 혐의를 받는 김 여사로서는 손모씨에 대한 법원 판단이 중요했던 겁니다. 2심 재판부가 손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관련 김 여사 수사도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이 없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관여를 봉쇄하고자 수사지휘권이 배제한 겁니다. 전임인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사건에 대해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심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관해 수사지휘권을 달라고 강하게 요청할지도 이목을 끄는 지점입니다.
야권의 검찰개혁 공세, 검사탄핵안 발의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과제입니다. 검찰청 폐지 등 야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며 방어하는 역할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검찰에서 기획통으로 잔뼈가 굵은 심 총장이 정치권의 ‘검찰 해체’를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됩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