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맹점주의 눈물⑤)상생 가장한 bhc·교촌·BBQ…"착취 악순환 고리 끊어야"
치킨 프랜차이즈 문제점 및 개선 방향…전문가 6인 진단
잘못된 시장 구조…공정치 못한 이익 분배와 점주 희생 유발
과점 체제 타파하고 시스템 대변혁 이뤄져야
입력 : 2023-07-07 06:00:00 수정 : 2023-07-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bhc·교촌·BBQ 등 '치킨 빅 3' 업체들은 그간 표면적으로 상생을 내세워 많은 자영업자들을 끌어들이며 성장했지만, 그 기저에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 강매 등 구조적 착취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 빅 3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과점 체제, 점주들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필수품목'의 지정, 계약 갱신의 법망 허점을 이용한 본사의 갑질 행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점주들은 이 같은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주들의 착취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완전 경쟁 시장으로의 전환과 프랜차이즈 산업 시스템 자체의 대변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합니다.
 
서울 시내 한 치킨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는 모습과 bhc·교촌·BBQ 로고. (출처=뉴시스·각사/제작=뉴스토마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구조부터가 문제
 
7일 <뉴스토마토>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현황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이들은 공정치 못한 이익 분배와 점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치킨 업체들의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모든 문제점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구조 및 토양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가 점주들에게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정부의 규제를 통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본래 시장 경쟁 체제로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 옳다"며 "문제는 현재 업계가 3~4개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체제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프랜차이즈 본부가 점주들에게 유통 마진을 많이 붙인 원료를 강매하게끔 하는 풍토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만약 강력한 경쟁 상대가 여럿 있다면,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주를 경쟁 상대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갑질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미국 프랜차이즈의 경우 물류에서 마진을 취하지 않고 로열티를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물류 마진도 취하고 로열티도 받는 매우 특이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래서는 가맹점이 아무리 많이 팔아도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본사가 지정한 필수품목도 점주들을 옥죄는 족쇄인 만큼 빠른 시일 내 합리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필수품목이란 가맹본부가 상품의 통일성 및 일관성 유지를 위해 점주에게 특정 제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입니다. 가맹본부의 상표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필수품목은 사실상 본부와 가맹점주 사이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합니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경영학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체적으로만 제공할 수 있는 항목들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 필수품목의 개념 및 범위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점"이며 "본부 입장에서는 필수품목이 많을수록 좋다. 특히 두 가지 재료를 혼합하거나, '□□유' 등 평범한 기름에 자기 본부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표적인 필수품목 늘리기 사례다. 일종의 꼼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주한 변호사도 "필수품목으로 지정될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지정돼 점주들은 본부로부터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렇게 되면 닭을 많이 팔고 매출이 늘어도 본부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커진다. 필수물품으로 인해 수익성을 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맹사업법에 명기된 10년 이상 장기 가맹점에 대한 계약 갱신 거절 지침을 본사가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재희 변호사는 "점주 입장에서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10년 동안 가맹 계약의 갱신을 계속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이건 10년까지만 계약하고 그 이후로 연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점주들의 안전장치 차원에서 최소 10년 정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10년이 넘은 점포의 경우 계약 갱신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는 강제력이 없다. 때문에 10년 이상 점포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지가 이뤄지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과점 체제 탈피해야…'협동조합' 방식 모델 수립도 한 대안
 
전문가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체제가 과점이 아닌 완전 경쟁 시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석병훈 교수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치킨이 대거 팔리고, 커피 업계에서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저렴한 메가커피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미 시장 다변화가 이뤄진 사례"라며 "이 같은 시장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다면 점주들에게 부당한 이윤을 줄이거나 치킨 가격을 낮추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본사와 점주 간 '갑을 관계'를 타파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와 점주가 함께 공동 이익을 설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대해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점주들이 직접 주주가 되는 '협동조합' 방식의 프랜차이즈 모델 수립을 제안한다. 점주들이 조합 본부에서 물건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고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협력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해당 조합 프랜차이즈가 좋아지면 점주들도 함께 돈을 버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점주들의 고생 여부와 관계없이 본사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는 최소한 방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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