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업턴 대비…SK하이닉스, 미래사업 재원 확보 속도
1분기 차입금의존도, 전년보다 9.6%포인트↑
수처리센터도 매각 추진…매각가 1조원 안팎
DDR5·HBM3 등 차세대 D램 개발 투자 집중
입력 : 2023-07-11 14:28:06 수정 : 2023-07-11 17:14:23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메모리 반도체 '업턴(국면 상승)'에 대비해 미래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전략입니다.
 
1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의존도는 29.4%로 1년 전(19.8%)보다 9.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말(23.9%)보다도 5.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사업을 위해 보유한 자금 중 외부에서 빌린 돈의 비중이 늘어난 셈입니다.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는 멈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부진에 최근 2개 분기 연속 총 5조원대 적자를 냈습니다. 올 2분기에도 2조원대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악화한 상황이지만 올 1분기에 1조4949억원의 회사채를, 지난 4월에는 교환사채를 발행해 2조2377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안팎의 자금까지 대출받으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 왔습니다.
 
경기도 이천캠퍼스에 있는 수처리센터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도 추진 중입니다. 수처리센터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활용된 물을 정류하는 시설입니다. 회사는 해당 시설을 SK리츠에 매각한 후 이를 다시 임차해 사용할 방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자산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매각 대금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내부적으로 추산한 올해 연간 이자비용 1조원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회사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이자비용은 지난해보다 약 2배 증가한 1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이자비용은 약 2142억원입니다.
 
SK하이닉스의 12단 적층 HBM3.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같이 조달한 자금을 다가올 업황 회복기를 대비한 투자에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올 3~4분기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인공지능(AI) 열풍에 수요가 살아나며 부진했던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이 완화했다"며 "4분기 가격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분야는 DDR5과 HBM3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될 전망입니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서버에 필수로 탑재되는 HBM에 대한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1위 업체입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는 한편, 4세대인 HBM3 출하를 늘리기 위한 후공정 설비 투자에도 이미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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