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2조 국책사업 '미스터리'
①베일 싸인 노선 변경 지시 주체 ②나들목 없어 혜택 없다? 접근성 용이
③선산 개발 불가능?…"말 안 돼" ④원희룡 진짜 몰랐나…야 "거짓말"
입력 : 2023-07-11 16:43:00 수정 : 2023-07-11 17:48:01
지난 9일 경기 양평군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한동인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의혹의 정점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김 여사 일가 땅을 지나도록 변경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요. 궁지에 몰린 정부·여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면 백지화' 선언 이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2조원에 달하는 국책사업 백지화를 놓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①베일 싸인 노선 '변경 지시' 주체
 
오는 2025년 착공해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2년 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때는 경기 양평군 양서면이었는데, 윤석열정부 들어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갑자기 변경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낳습니다.
 
국토부는 1999년 예타 제도 도입 이후 신설된 고속도로 사업 24건 가운데 예타 통과 이후 시작점이나 종점이 바뀐 사례가 14건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노선 변경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근거를 내놓지 못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의 임기가 시작된 게 지난해 7월1일이고, 국토부가 공문을 보내 변경안을 제시한 게 지난해 7월18일로,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 만에 이러한 일들이 진행됐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왼쪽에서 두번째) 대통령과 김건희(왼쪽)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빌뉴스 구시가지를 산책하던 중 식당 야외 자리에서 식사 중인 피트 리케츠 미국 상원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나들목 없어 혜택 없다?…서울 접근성이 이점
 
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따른 김 여사 일가 특혜 가능성도 여전히 정국을 흔드는 이슈입니다. 국민의힘은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강상면 종점)에 대해 문재인정부 시절 예타 용역을 받은 민간업체가 제시한 안이기 때문에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김 여사 일가를 엄호하고 있습니다.
 
또 김 여사 일가 땅이 위치한 강상면 종점에 차량이 출입할 나들목(IC)이 없어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히려 나들목 없이 분기점(JC)만 있으면 소음과 먼지 피해만 생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변경된 종점 예정지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1km만 내려가면 남양평 나들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 여사 일가의 땅에서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남양평 나들목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결국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점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는 평가입니다.
 
③선산 개발 불가능?…전문가 "가능하다"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강상면 병산리 일대 토지는 1987년 협의 분할에 의해 상속받은 땅으로 김 여사 선산이 있습니다. 원 장관은 특혜 의혹 해명 과정에서 이 부분을 들어 "(김 여사) 조상들 무덤이 있는 땅이다. 개발하겠나"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가 생기더라도 선산이기 때문에 김 여사 일가가 이를 개발할 리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김 여사 일가는 땅을 상속받은 후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등록전환'을 진행했습니다. 임야대장이나 임야도에 등록된 땅을 토지대장이나 지적도에 옮겨 등록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존 주소지인 '경기도 양평군 병산리 산OOO번지'에서 '산'이 사라진 주소지로 바뀝니다. 이는 개발행위가 제한된 땅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바꾸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산 때문에 개발을 못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여태까지 우리가 공사하면서 다른 사람의 묘를 이전 시켜서 공사한 게 많은데, 차라리 대통령 부인의 땅이 있어 이해상충 문제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세종시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열린 타워크레인 안전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④원희룡 진짜 몰랐나야 "거짓말"
 
원 장관이 변경된 종점 인근 김 여사 일가 땅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도 논란입니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김 여사의 땅이 거기(변경된 종점 인근)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다면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6일 국정감사에서 원 장관에게 명확히 병산리 김 여사 일가 땅에 대해 지적했다"며 "(원 장관이 변경된 종점 인근 김 여사 일가 땅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느냐? 그렇지 않다. 본인이 장관직과 정치생명 걸겠다고 했으니 명백하게 책임지라"고 반박했습니다. 원 장관은 여전히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 장관이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약을 만드는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공약을 정책 과제로 만드는 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거짓말이다. 장관에게 시종일관 물어보는 우리도 알았는데 장관 본인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 차원에서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최대한 증거를 찾아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광연·한동인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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