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학적 분절 '첩첩산중'…정부 역할론·G20 거버넌스 '절실'
미·중 갈등 등 와해·혼돈에 빠진 '자유주의 경제질서'
"양자 택일 압력 잦아질 것…미·중 갈등서 실리 챙겨야"
"중국 소통 지속하되, 특정국 과의존도 개선해야"
G20과의 글로벌 거버넌스 형성…정부 역할론 주문
입력 : 2023-09-26 04:00:00 수정 : 2023-09-26 11:25:05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미국·중국의 패권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양국 갈등 간 잦아들 '양자택일 압력'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이 대세계 의존도를 줄이고 세계의 대중국 의존도는 높이는 이른바 '비대칭적 디커플링(탈 동조화)' 전략을 취하는 만큼 중국과의 협력 소통을 지속하되, 과의존도를 개선할 묘수를 찾아야한다고 조언합니다.
 
무엇보다 '지경학적 분절'이 심화되고 있어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발전을 위한 '주요 20개국(G20)과의 글로벌 거버넌스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질서 변화 하에 우리나라 성장동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2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 세미나를 통해 "미·중 갈등 속 실리를 챙기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공일 명예이사장은 "세계경제는 2차대전 이후 사상 유례 없는 세계 경제의 장기 지속 성장과 번영을 뒷받침해온 '자유주의 경제질서'와 국제 경제 체제의 와해·혼돈 속에 놓여있다"며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간의 패권 경쟁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되겠다며 '중국몽'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 논리보다 국가안보와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우선에 두고 대내외 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분열·블록화를 촉진하게 됐다는 게 사공일 명예이사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우리의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 중요한 교역상대국인 중국이 패권 경쟁을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양국으로부터 대내외 정책결정에 대한 양자 택일 압력이 잦아질 것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래픽은 주요 연사들의 경제 진단.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비대칭적 '탈 동조화'
 
연원호 대외연 경제안보팀장은 "경제안보는 외부의 경제적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국가·국민의 생존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비대칭적 디커플링(탈 동조화)' 전략을 통해 중국의 대세계 의존도는 줄이고 세계의 대중국 의존도는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역내 무역을 촉진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 상품에 대한 세계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이 같은 비대칭적 탈 동조화는 디지털 혁신·기술 표준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연 팀장은 "신뢰에 기반한 국제협력을 지속·확대하고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 리스크 강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력 소통을 지속하는 동시에 특정국 과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백서인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미·중 패권경쟁의 원인을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국가·산업·사회·기업·개인까지 모든 영역에 침투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다"며 "미국의 패권 지위가 위협받을 정도로 중국과의 격차가 무의미해지고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도 지목됐습니다.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93%를 수입하는 국가"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많은 노력으로 공급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에너지수입금액이 급증했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민경설 대외경제국장을 선봉으로 독일과 폴란드 재무부를 만나 경제동향, 재정정책, 공급망 등 경제 안보 방안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제12회 스마트테크 코리아 스마트테크쇼/인공지능-빅데이터 쇼의 AI 휴먼 에이전시 시연 영상. (사진=뉴시스)
 
 
"G20 역할…글로벌 거버넌스 선도"
 
송인창 G20 국제협력대사는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경학적 분절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최상위 포럼인 G20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경제, 기술혁신, AI 등 새로운 기술발전에 대응해 정부가 글로벌 거버넌스 형성에 적극적으로 선도·참여하고, 에너지 안정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의 여건과 기술을 고려한 다양한 에너지 믹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유가 및 곡물가격 상승에 의한 글로벌 복합위기 하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 하에서 한국의 성장동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혁신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백훈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대내적으로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통해 경제안보 품목을 관리하고 국내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대외적으로 미국, 일본, 나아가서는 G20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와 수출국가 및 품목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무역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창환 고려대 교수는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급망은 가격효율성보다 회복탄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는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같은 소자 업체가 소재, 장비 회사와 함께 '신의'를 바탕으로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고, 공급망 내 병목 지점 제거 및 동맹 구축으로 발생하는 비용 증가에 대해 공동 부담 원칙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반도체공동연구소 협의체 출범식. (사진=공동취재사진)
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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