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환경 개선된다지만…총수들 '긴장 놓칠 수 없다'
한경협 "OECD 경제계, 하반기 완만 성장 전망"
이재용, 반도체 훈풍에 '노조 리스크' 난제
최태원 리밸런싱 주력…정의선·구광모 대내외 리스크 점검
입력 : 2024-07-09 14:49:51 수정 : 2024-07-09 16:51:2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하반기 경제성장이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재계 총수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위기 대응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반기 미국 대선을 앞둔 가운데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됐다고 판단해 그룹의 하반기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는 행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가 회원국 경제단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경제정책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59%는 올해 하반기 경영환경에 대해 '좋음'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어 '보통'(27%), '매우 나쁨'(8%), '나쁨'(6%) 순이었습니다. BIAC에는 한경협이 한국 경제계 대표로 참여 중이며, 이번 조사에는 OECD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99.9%를 차지하는 37개 국가의 대표 경제단체들이 조사에 응했습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사진=연합뉴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하반기 기업환경에 대해 약 81%가 '약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업 경쟁력 요인 중에는 규제환경(10%)과 노동력 및 기술발전(18%)의 개선세가 가장 더딜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반면 금융 재원 접근(73%), 디지털 기술 도입(71%), 인프라 투자(65%) 등은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 경쟁력 요소로 꼽았습니다.
 
구조 개혁이 필요한 부문으로는 '디지털 전환과 인프라'(75%), '인적 자원'(68%), '공공 인프라'(6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습니다. 특히 '인적 자원' 투자 문제가 지난해 대비 30%포인트 상승해 글로벌 경제계가 우수 인재를 선점하는 일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BIAC는 "코로나19 이후 빠른 디지털화 등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노동력 부족 현상을 '2024년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톱 10'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지역의 갈등 고조는 기업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경제단체들은 하반기 글로벌 거시경제에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지정학적 갈등'(73%)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지정학적 불안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으로는 '에너지'(75%)와 '운송'(64%) 분야를 꼽았습니다. 특히 운송 부문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응답률(13.8%)보다 50.2%포인트 증가해 1년 사이 경제계의 불안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경협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운송비 부담 증가, 납품 지연, 물류 불확실성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BIAC는 "지정학적 갈등이 인프라 개발과 이를 위한 국경 간 무역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운송장비 제조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하면 동유럽 등에서는 물류뿐 아니라 관련 장비 교역에 대한 상당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교란 등 전례 없는 환경에서도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갈등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와 인재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태원 SK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연합뉴스)
 
이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기류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여름 휴가 없이 경영 활동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에서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냈지만 그룹 안팎의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이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8일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하면서 반도체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양측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등 외부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2주간 미국 출장을 통해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하거나 삼성전기 국내 사업장을 점검하는 등의 현장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회장은 하반기 리밸런싱(사업 재편) 점검에 집중하며 인공지능(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앞서 SK그룹은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주력인 AI와 반도체 등에 투자키로 했습니다. 219곳에 달하는 계열사 슬림화를 통해 전반적인 리밸런싱에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겸하고있는 최 회장은 오는 17∼20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주재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등에 몰두할 전망입니다.  하반기에는 올해 4분기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과 신차 전략 등을 챙길 계획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 준공식 등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방한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개별 회동을 한 바 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삼은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최근 북미 현지 출장길에 올라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를 만나는 등 AI 생태계 전반을 점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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