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만개 일자리 사라진다"…AI 시대 '퍼펙트 스톰'
'AI발' 일자리·경제 위기 경고음 커져
'노동시장 구조개혁' 선택 아닌 필수
AI 생산성 호황…인플레이션 자극
입력 : 2024-07-15 17:33:10 수정 : 2024-07-15 19:50:57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일자리 전쟁'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AI가 인간 노동자들을 대체하면서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 기존 일자리 23%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전체 일자리 중 12%인 341만개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전망은 경제·노동 분야의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들로부터 나와서 눈길을 끄는데요. 특히 기존 기술들과 달리 고학력·고소득 직종의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이 인간의 일자리 등 모든 분야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AI 시대 '아킬레스건'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KLI)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연 공동 토론회에서는 빠른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습니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AI시대, 노동시장 전망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일자리 중 약 341만개, 즉 전체 일자리의 12%가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는데요. 특히 "고소득·고학력 노동자일수록 AI에 더 크게 노출돼 기존의 저소득·저학력 노동자와 중소득·저학력 노동자를 각각 대체해온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의 노출 지수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일수록 노출지수가 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요.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 팀장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생산성 증대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고도 했는데요. 다만 그 대체 효과가 특정 그룹에 집중되기 때문에 교육·직업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고, 고용 재조정을 통해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존 체제·기득권만 지키려 한다면 급격한 기술변화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생산과정을 바꿀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 하에서 정년만 강제적으로 연장할 경우 향후 인력난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면서 우리 노동시장이 가진 구조적 요인을 지적했는데요. 즉 기존의 은퇴연령 이후에도 일을 지속하게 해주는 '연장'의 개념으로는 노동시장의 노화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은퇴연령보다 한참 이전인 50대 남성의 조기퇴직과 30대 후반 여성의 경력단절 등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는데요. 정년 이전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구조가 생겨난 상황에서 은퇴연령만 고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정규직 수요를 올려 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인력 수급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특히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비정규직과 차별되는 고용보호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도 '변화하는 시대, 우리나라 노동시장 진단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우리나라 상황에서 인구변화, 기술변화에 대응하려면 근로자와 기업의 다층적 필요에 부응하는 유연성 제고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며 "연장근로 포함 유연근로의 활성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동의 절차 개선을 통한 임금체계 유연적 변화, 기업 내 기능적 유연성 제고를 위한 배치전환, 출향 등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KL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공동토론회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노동연구원)
 
향후 5년간 전 세계 일자리 '1400만개' 감소
 
AI발 일자리 전쟁 등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내놓은 '2023년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AI 등의 등장으로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의 기존 일자리 23%가 구조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일자리 8300만개가 사라지는 데 비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6900만개에 그쳐 1400만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글로벌 고용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생성 AI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공공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대규모 노동 혼란과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우려도 야기한다"며 "각국이 실업보험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IMF는 AI 혁신이 과거 기술 혁신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AI가 단순 업무나 일용직 노동자의 업무를 넘어 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때문에 대규모 노동 혼란을 예방하고, AI의 개발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AI에 간접적으로 세를 매기는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도 내놨습니다.
 
AI 발전은 전 세계 고용뿐 아니라 경제 메커니즘도 바꿀 수 있다는 경고음도 꾸준히 나오는데요.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호황은 인플레이션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때문에 위기 속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권기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I와 노동시장 등의 위기는 4차 산업혁명이 이야기 된 시점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전근대적인 사고로 개인은 국가나 기업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와 기업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고, 개인은 직접적으로 선택해서 저숙련 노동자들이 자발적 동기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이들도 단순 노동이 아닌 심화된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KL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공동토론회 개최한 가운데,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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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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