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행안부에...경기도, 잇단 행정 차질
행안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도의회 전문위원 증원 요청 '묵묵부답'
행안부, 일관성없는 행정으로 경기도가 요청한 자료도 늦어...정책 시행 '차질'
전석훈 경기도의회 의원 "법 임의로 해석하는 행안부에 손해배상청구해야"
입력 : 2024-07-17 16:54:33 수정 : 2024-07-17 16:54:3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경기도가 행정안전부의 늑장·불통 대처 탓에 행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를, 경기도의회는 지난 1월 전문위원 증원을 제안했으나 행안부는 주민투표 실시와 증원 여부에 대해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정책 시행을 위한 주민등록전산정보 자료를 행안부가 뒤늦게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청 전경.(사진=경기도청 제공)
 
17일 경기도와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역점사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했습니다. 지자체를 분리·설치하려면 지방의회 의견 수렴 혹은 주민투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경기도는 주민투표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발의가 필요한데요.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주민투표를 요구했지만 아직 행안부로부터 어떤 협의도 없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월 행안부에 전문위원 증원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못 받았습니다. 전문위원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배치돼 의원들의 입법을 돕는 공무원입니다. 현행법상 각 지방의회에서 둘 수 있는 4급·5급 이하 전문위원의 수는 의원 정수 10명 단위로 달라집니다. 의원 정수 20명 이하는 전문위원을 최대 6명을 둘 수 있습니다. 의원 정수 131명 이상부터는 전문위원 24명이 한계입니다.
 
문제는 경기도의회 의석 규모가 전국 최대인 156석이라는 겁니다. 경기도의회는 규정상 '131명 이상' 구간에 해당돼 4급 전문위원 13명, 5급 이하 11명 등 최대 24명 밖에 둘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회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왔습니다. 전문위원 1명이 담당하는 도의원 수는 6.5명으로 전국 광역의회 평균(4.1명)보다 높습니다. 이에 지난 1월 도의회 측은 행안부에 지방의회 의원 수에 따라 전문위원 정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정책에도 차질이 생긴 바 있습니다. 쳥년기본소득은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씩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입니다. 2019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경기도는 매 분기마다 청년기본소득 신규대상자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2019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경기도에 청년기본소득 관련 주민등록전산자료 정보를 제공해왔습니다.
 
그런데 행안부는 지난해 3분기에 느닷없이 개인정보법을 이유로 경기도에 전산자료를 주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법상 주민등록전산자료를 주면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석달 만인 지난해 4분기엔 또 자료를 줬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행안부는 올해 1·2분기부터는 또 주민등록법을 문제 삼아 자료 제공을 거부한 겁니다.
 
일관성없는 행안부 행정으로 인해 청년기본소득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신청자는 2만61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8308명보다 1만2110명 줄었습니다. 주민등록전산정보 자료는 경기도를 거쳐 시·군에 제공되며, 대상자들에게는 우편으로 알리게 됩니다. 경기도는 우편 송달이 제대로 되지 못해 신청 인원이 줄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행안부의 자료 제공이 늦어지면서 1·2분기 청년기본소득 신규대상자가 금액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경기도는 행안부로부터 전산자료를 받는 오는 9월부터 올해 1~3분기 청년기본소득 신규 대상자 신청을 한꺼번에 받을 예정입니다.
 
전석훈 경기도의회 의원(민주당)은 이런 행정 차질 책임은 행안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기도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의원은 "행안부가 주민등록법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전산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근거 없는 축소해석"이라며 "행안부가 법적기준에 대한 해석을 임의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월 경기도의회 민주당 남종섭(용인3) 대표의원, 염종현 의장, 여중협 행정안전부 자치분권국장, 국민의힘 김정호(광명1) 대표의원(왼쪽 순서대로)이 전문위원 증원 등이 담긴 정책 건의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검토를 했지만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추가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면서 "경기도는 추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경기도의회가 요청한 전문위원 증원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청년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 조례에 따른 사업으로, 구체적 법령 근거가 없어 자료 제공을 하지 않았다"며 "경기도에 근거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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